SG발 주가폭락 재판 '노쇼' 라덕연 측근…목소리 높인 라덕연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3.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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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대표 측근 김모씨, 검찰측 증인 출석통보 받고 14일 오전 한 때 잠적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사진=뉴스1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사진=뉴스1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주가폭락을 일으킨 시세조종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김모씨가 재판정에 등장하지 않았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씨는 검찰측 증인으로 14일 출석할 예정이었다. 라 대표측 변호인들은 검찰이 김씨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정도성)는 14일 오전 10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라 대표 등 11명에 대한 공판을 시작했다. 이날 공판엔 검찰 측 증인으로 김씨가 출석할 예정이었다.



김씨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건의 핵심 인물로 라 대표를 도와 전체 사건의 틀을 짜고 계획한 인물이라고 라 대표측 변호인은 주장했다.

공판 도중 증인에 전화하러 나간 검사…"파악한 번호가 수신정지"
공판 준비과정에서 김씨는 법원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법원이 김씨에게 보낸 증인소환장은 '폐문 부재'를 이유로 전달되지 않았다. 폐문 부재는 수신인 거주지의 문이 닫혀 있고 연락이 안 돼 집배원이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 부장판사는 "오늘 김씨는 증인으로 안 나온 거 같다"며 "검찰 증인인데 법원이 연락을 여러 번 했는데 송달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받고 있다"고 했다.

검찰측 "지금이라도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검사 2명 중 1명이 법정에서 나가 김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 부장판사는 "김씨가 안 나왔다고 기일을 공전할 수는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지금 연락처를 알아보고 있는 거냐"며 검찰측에 재차 물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씨와 연락을 취하는 사이 자본시장법, 특정경제범죄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팀장 김모씨(51)와 증권사 부장 한모씨(54)의 보석심문을 진행했다.

약 10분 후 증인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나갔던 검사가 법정으로 돌아왔다. 검찰측은 "수사과정에서 파악한 번호가 수신 정지상태라 새로운 번호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정 부장판사는 "특이한 건 피고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씨는 피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인데 추가 사건에서도 기소가 안 됐다"며 "기소 예정인가"라고 물었다. 김씨가 피고인들에게 도움을 준 공범인데 왜 기소하지 않았냐는 취지다.

검사는 "그렇다"며 "공범들이 더 있어서 수사 중이다"고 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관련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한 시중은행 지점 기업금융팀장 김모씨가 지난해9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관련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한 시중은행 지점 기업금융팀장 김모씨가 지난해9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라덕연 측 "검찰이 김씨 기소 안할 것 같아"…판사 "그렇게 생각할 수도"
김씨와 한씨에 대한 보석심문이 끝나자 라 대표측 변호인은 김씨 행방에 대해 검찰측에 의문을 제기했다.

라 대표측 변호인은 "외람된 말이지만 김씨가 검찰측 증인이라 (검찰이) 대동하고 데리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김씨가 잠적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검찰이 김씨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쪽에서 김씨를 고소한 게 있는데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기소 예정이라고 했지만 저희 생각엔 기소 안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 역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어찌됐든 김씨 증인심문을 할 것"이라며 "휴정했다가 오후 2시에 개정하자. 오후 2시에도 김씨가 안 나오면 라 대표 신문 먼저 하자"고 했다. 이에 공판 시작 30여분만에 휴정이 선언됐다.

이날 오후 2시 공판이 개정되자 검찰측은 "김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일정 문제로 오늘은 공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측은 김씨가 불출석하면서 급하게 라 대표를 신문했다.

라 대표 등 일당 56명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모해 미신고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고 통정매매 등 수법으로 8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해 부당이익 7305억원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또 이중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범죄수익 1944억여원을 차명 계좌를 이용해 법인과 음식점 매출 등으로 숨긴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라 대표 등 주요 조직원 10명의 재산 220억원 상당을 추징보전했다. 또 주가조작·자금세탁에 이용된 10개 법인에 대해서도 법인해산 명령을 청구해 해산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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