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피스커' 파산하나…시간외거래 주가 반토막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3.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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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회사 피스커가 파산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피스커는 13일(현지시간) 정규장 종료 후 시간 외 거래에서 47% 가깝게 폭락 중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대표 기업 테슬라도 올해 주가가 30% 넘게 하락 중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피스커의 첫 번째 '제품 비전의 날' 행사에서 헨리크 피스커 최고경영자(CEO)가 해치백 모델인 피어를 소개하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피스커의 첫 번째 '제품 비전의 날' 행사에서 헨리크 피스커 최고경영자(CEO)가 해치백 모델인 피어를 소개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피스커가 재무 구조 악화에 따른 파산 위험에 대비해 최근 재무 자문사 및 로펌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피스커 주가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3.5% 상승 마감했으나, WSJ 보도가 나온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7% 추락하며 17센트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피스커는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매출이 2억7300만달러(약 3600억원)인데 부채는 약 10억달러에 달한다며 "사업 유지 능력에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는 경고를 낸 바 있다. 피스커는 투자자들과 자금 유치를 논의하고 미국 내 제조 파트너를 모색해왔으나 파산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BMW와 애스턴마틴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헨리크 피스커가 세운 전기차회사 피스커는 테슬라의 후속 주자를 찾기 위한 투자 열풍이 뜨겁던 2020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데뷔했다.



피스커 올해 주가 추이/사진=CNBC피스커 올해 주가 추이/사진=CNBC
그러나 피스커는 대량 생산의 어려움과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직면해 위기를 맞았다. 피스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대신 오스트리아 자동차 위탁제조사 마그나슈타이어에 생산을 맡겼지만 수입 과정에서 승인 지연과 부품 문제에 직면했고 경영진 이탈 등의 악재가 겹쳤다.

또 전기차 수요 둔화로 지난해 약 1만대를 생산하면서 1만3000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은 4900대 정도에 그친다. 재고 5000여대는 대리점을 통해 이달 안에 판매를 완료한단 계획이다.

피스커는 전기차 시장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80% 넘게 떨어졌고, 상장 이후로는 97% 넘게 내린 상태다. 올해 1월 중순 이후 1달러 밑으로 거래되고 있어 상장 폐지 위험도 거론되던 터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건 1위 업체 테슬라도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는 간밤에도 주가가 4.5% 하락했다. 올해 낙폭은 30%를 넘는다. 테슬라는 S&P500 시가총액 순위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부자 순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콜린 랭건 애널리스트는 13일 올해 테슬라가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지 못하고 내년엔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테슬라는 올해 중국과 유럽에서의 판매 둔화, 독일 베를린 공장의 생산 차질 등으로 월가에서 경고음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미국 투자자문사 앱투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제 시장의 최우선 관심은 인공지능(AI)이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미래 매출 성장과 마진이 둔화되면서 테슬라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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