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장 지으면" 큰소리치더니…인텔 보조금 중 '3조' 없던 일로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3.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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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반도체 보조금 독식 못하나…삼성·SK 등 지원 앞둔 기업들 촉각

 미국 정부가 군사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용 보안시설 건설을 위해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지원하려던 3조원 규모 보조금 계획을 철회했다./AFPBBNews=뉴스1 미국 정부가 군사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용 보안시설 건설을 위해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지원하려던 3조원 규모 보조금 계획을 철회했다./AFPBBNews=뉴스1


미국 정부 부처 한 곳이 군사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용 보안시설 건설을 위해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지원하려던 3조원 규모 보조금 계획을 철회했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이하 반도체법)' 예산은 제한돼 있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신청하자 심사기준을 강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최근 인텔의 애리조나 공장에 대해 심의한 결과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지원하려던 계획을 접고 미 상무부로 관련 사안을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법 생산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지원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약 69조원) 가운데 일부를 자국 군사 전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보안설비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군사용·차량용 구형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미국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 일환이었다.

이에 따라 인텔이 애리조나주에 30억~40억달러(약 4조~5조원)를 들여 군사용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데 미 정부가 이곳에 수조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이 군사전용 반도체를 발주·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 자국 기업을 활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인텔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인텔은 보조금 포함 1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가 이번에 인텔 보조금 계획을 철회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당 반도체 공장이 정부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쟁사인 글로벌파운드리스가 미국의 방위 예산을 인텔이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회 로비를 벌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상무부 관계자는 "보안 시설에 대한 지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별도의 과정을 통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예산 부족 문제도 짚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집행 자금이 모자라 실제 지원 규모는 기대 이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 상원의원 3명은 최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방위산업 반도체 제조를 따로 시설을 만들어 물량을 몰아주면 비용이 더 늘어난다"며 "이는 다른 반도체 공급 기반을 조성할 자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다만 반도체 보조금 관련해 상무부·국방부·국가정보국 등 유관 부서가 많기 때문에 인텔이 받게 될 전체 지원 규모가 줄어들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인텔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군사용 시설 비중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발표를 앞둔 기업들도 이번 인텔 보조금 지원 부분 철회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미 상무부는 향후 6~8주 이내에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원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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