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매각예정 자산 1년 만에 2배 늘었다…군살 빼기 속도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4.03.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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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매각 예정 자산 현황/그래픽=이지혜SK그룹 매각 예정 자산 현황/그래픽=이지혜


SK그룹이 매각을 결정한 자산 규모가 1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해 1조원을 넘어섰다. 배터리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난 데다 차입금 규모도 불어나자 '군살빼기'에 나선 결과다. 올해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주력 사업 정리에 돌입한 만큼 매각 자산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14일 그룹 지주사 SK㈜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매각 예정'으로 분류한 자산 규모는 총 1조347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원매자가 확정된 자산과 그룹 내부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자산 등을 더한 수치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은 그룹 반도체소재사업부문으로 9038억원 규모다. 계열사 SKC가 지난해 10월 팔기로 한 파인세라믹사업부 등이 포함됐다. 파인세라믹 사업부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3600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었다.가전사업부문 매각 예정 자산 규모는 759억원이었다. SK매직이 매각을 추진중이다. SK㈜는 공정가치에서 매각부대원가를 차감한 순공정가치와 장부금액 중 작은 금액으로 측정해 이를 연결감사보고서에 반영했다. 이 밖에 올해 하반기 롯데렌탈로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쏘카(자산규모 904억원)와 수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중인 중국 물류센터 ESR케이만(자산규모 1747억원) 등 SK㈜가 보유한 투자사 지분도 매각 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지난해 매각 자산으로 확정된 자산의 총액은 전년의 5955억원보다 약 2.3배 불어났다. 차입을 지렛대로 한 대규모 사업 투자를 바탕으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기업공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그룹 성장 공식에 적신호가 들어온 탓이다. 2018~2021년 연간 평균 20조원이던 SK그룹의 총 설비투자(CAPEX)는 2022년에 3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겨냥한 SK온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2022년 5조원 수준이던 SK온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6조8000억원 규모로 뛰었고 올해도 7조5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이 같은 투자에 맞물려 2018년 40조원 가량이던 그룹 총차입금 규모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0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배터리와 반도체 등 투자가 집중된 사업이 글로벌 산업 사이클 조정 탓에 기대한 만큼의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자 지난해부터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급증한 매각 예정자산 규모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그룹은 올해 최고 경영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최창원 의장 체제로 꾸리고 중복투자 정리 등 고강도 군살빼기를 예고한 상태다.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 자산의 옥석을 가려 장기간 유지해온 사업이라도 미래가 없으면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보고서에 매각 자산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재계와 관련업계는 SK㈜가 보유한 세계 1위 동박기업인 중국 왓슨 지분 30%도 주목한다. SK㈜는 해당 지분의 매각을 검토중인데 3800억원에 사들인 왓슨의 가치는 최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SK㈜가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 중 최대 규모로 파악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글로벌 동박 시장도 정체기여서 당장 매각을 결정할 경우 차익을 극대화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왓슨은 올해 SK 자산 매각 전략 중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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