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어비전
일단 곡 제목부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한글로 쓰면 ‘이니 미니’가 되는 ‘EENIE MEENIE’는 영어권 나라 아이들이 놀이 중 술래를 정하거나 편을 가를 때 쓰는 구호 또는 노래 ‘이니, 미니, 마이니, 모(Eeny, meeny, miny, moe)’에서 발췌한 것으로 우리 식으로 하자면 ‘가위바위보’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정도 의미겠다. 하지만 해외 매체들은 하나 같이 이 제목이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인데, 혹자는 비슷한 맥락에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를 절묘하게 엮은 현아의 ‘빨개요’에 비해 청하의 ‘EENIE MEENIE’는 그저 별 뜻 없는 “건조한 인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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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난 게 아니다. 청하의 간만의 신작엔 ‘I'm Ready’라는 곡이 ‘EENIE MEENIE’보다 더 화려한 텍스처를 머금어 잠들어 있다. 70년대 디스코와 80년대 팝, 90년대 하우스를 먹고 자란 프로덕션 듀오 포틴 빌리언(Fourteen Billion)의 조, 잭 하비 형제에 두아 리파, 헤일리 스테인펠드 등과 작업한 영국 디제이 니콜라스 게일(디지털 팜 애니멀스(Digital Farm Animals)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이 공동 작곡한 이 번쩍이는 트랙은 ‘Dream of You’와 ‘Stay Tonight’의 청하를 사랑해 준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평가가 말해주듯 ‘EENIE MEENIE’의 변신과 더불어 기존의 청하도 싱글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긴 공백기를 떨쳐내고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 곡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EENIE MEENIE’의 베이스 리프를 끝에 붙여 이번 싱글의 티저 영상처럼 꾸민 1분 10초짜리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해야 하는데 그 안에 있는, 한때 로스앤젤레스 클럽에서 유행한 70년대 댄스 장르인 왁킹(Waacking)은 청하가 팬들을 놀라게 하려 준비한 퍼포먼스다. 기존 그가 했던 보깅(Voguing)과는 다른 차원의 춤으로, 보는 이들은 청하의 카리스마를 정면에서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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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과 잠재력, 다양한 스타일로 관객을 사로잡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의 퍼포머인 청하의 능력을 믿는다.”
7년을 함께 한 MNH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지난해 10월 초 청하가 새로 튼 둥지(모어비전)의 수장인 박재범이 보낸 신뢰는 자신의 멘탈 건강과 외국어 및 심리학 공부를 위해 학교로 돌아가려 한 청하의 망설임을 다시 음악의 길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그 선언 격인 ‘I’m Ready’를 작곡한 포틴 빌리언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려는 의지, 자신의 예술을 아끼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컴백 하리란 팬들(HAART)과의 약속을 지켜낸 청하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