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 판단기준에 관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설명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3.12.27. /사진= 뉴시스
국내 쇼핑 플랫폼 시장의 변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중국 주요 플랫폼들의 국내 이용자수는 1000만명을 넘었다. 알리는 종합쇼핑몰 이용자 수 2위를 꿰찼다. 이와중에 가품·불량 제품으로 소비자 민원은 급속도로 늘었다.
국내 대리인은 본사 대신 공정위의 관련 조사를 받거나 당국에 관련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대책은 테무·쉬인 등 국내에 영업소가 없는 사업자들을 겨냥했다. 국내 소비자 피해 문제가 계속 나오는데도 정부가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밖에도 정부는 △식·의약품(식품의약품안전처) △가품(특허청·관세청)△유해매체물(여성가족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인정보 해외 유출(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을 해외플랫폼의 4대 문제 항목으로 지정, 관리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 대표이사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6.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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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대책…'뒷북' '실기' 비판정부가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이란 이름으로 답안지를 내놨지만 '뒷북'이란 지적이 나온다. 알리의 소비자 피해 문제가 공론화된 지 반년 가까이가 지났기 때문이다.
해외 플랫폼 업체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알리에서 K-패션 브랜드, 화장품, 전자제품까지 종류에 상관없이 짝퉁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 피해뿐 아니라 제조업 피해도 주고 있고 국내 유통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독점규제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또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원장 발언 이후 실제 실행까진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경쟁당국은 지난주에야 알리 한국지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테무·쉬인 등에 대한 조사는 발도 떼지 못했다. 국내에 법인이 없는 만큼 공문을 보내 조사를 검토 중인데 실효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대책을 고민하는 동안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은 국내에서 입지를 키웠다. 2월 기준 알리의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종합쇼핑몰 중 쿠팡에 이어 2위다. 테무는 581만명, 쉬인은 68만명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새 500% 급증했다. 올해 1월에만 지난해 3분의 1 수준인 150여 건이 접수됐다.
자율협약·대리인 지정 등 실효성 미지수정부 대책의 실효성도 따져야 한다. 국내 대리인 선정은 정부의 조사 등 대응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만큼 한발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업체들에 준할 만큼 대리인을 통해 결정적 혐의 자료를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총선 국면에 돌입한 만큼 다음 구성될 국회 논의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공정위는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2021년에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또 해외플랫폼과 자율협약은 강제성이 없다. 우리나라 정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더라도 구속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론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신고 접수 또는 직권조사하는 '사후 처리'로 대응 방향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C인증 마크와 같은 소비자가 안심할 만한 해외직구 인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소비자 피해물품이 국내 반입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갖고 관세청이 적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원 등이 해외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유해물품을 사전에 게시하는 등 적극적 역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