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래서 한국에 포탄 요구하나…러시아 생산량 '어마어마'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3.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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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이 와도 전세 못 뒤집어" 평가…
미국 측 무기 지원 압박 더 커질 수도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 공격 대처 훈련을 수행하며 화포를 발포 중인 모습./AFPBBNews=뉴스1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 공격 대처 훈련을 수행하며 화포를 발포 중인 모습./AFPBBNews=뉴스1


러시아의 포탄 생산량이 미국,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생산하는 물량의 3배를 웃돈다고 미국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55mm 포탄 주요 보유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을 향해 미국이 또 다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화력전에서 우위…"F16 와도 못 뒤집는다"
11일(현지시간) CNN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보부처 고위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가 월 25만 발, 연 3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생산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생산하는 포탄은 연 120만 발 수준으로, 러시아의 3분의 1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CNN에 따르면 미군은 2025년까지 월 10만 발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력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장담할 수 없다. 미국 공화당 반대에 가로막혀 우크라이나 예산 지원안이 하원에서 표류 중이기 때문.

나토는 러시아가 하루 포탄 1만 발을 소비하는 반면, 우크라이나 소비량은 하루 2000발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전선에서 화력 차이는 더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는 영국산 스톰쉐도우 미사일과 미국산 M1 에이브람스 전차 등 신형 무기로 맞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CNN에 따르면 군사전문가들은 곧 F-16 전투기가 투입된다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나토 관계자는 "첫째 문제는 포탄 부족"이라고 했다.



러시아 포탄 공장, 2교대 연중무휴 '풀 가동'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12시간, 2교대 근무로 포탄 공장을 하루도 쉬지 않고 가동 중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200만~250만명 수준이었던 국방 분야 근로자를 350만까지 늘린 데다 이란, 북한 등에서 포탄을 추가로 공급받았다. 나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30만 발을 공급했으며 북한은 컨테이너 6700개에 포탄 수백만 발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장 많이 소모되는 포탄은 각종 재래식 무기에 쓰이는 155mm 포탄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155mm 포탄 상당량을 가진 데다 자체 생산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승낙만 있다면 41일 안에 155mm 포탄 33만 발이 수급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한국 정부에 교섭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면 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올해 초부터 미국 측에 포탄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WP는 정확히 몇 발의 포탄이 공급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한국이 유럽 전체보다 더 많은 포탄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고위 간부 "한국, 물자 더 보내라…155mm 포탄 가장 절실"
우크라이나 군 43 포병연대에 소속된 군인이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에 배치된 독일제 자주포 PzH2000 내부에서 155mm 포탄을 다루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우크라이나 군 43 포병연대에 소속된 군인이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에 배치된 독일제 자주포 PzH2000 내부에서 155mm 포탄을 다루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은 러시아로 기울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동남부 요충지 아우디우카에 이어 라스토치키네, 세베르네, 스테포베 등 지역에서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유리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지난달 한미연구소(ICAS) 온라인 심포지움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군사지원도 보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물자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155mm 포탄"이라고 했다.

미국, 러시아에 낀 한국의 선택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월 보도에서 한국이 미국, 러시아 사이에서 난관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동참하라는 미국과 지원에 동참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러시아 사이에서 외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같은달 신원식 국방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가야할 길은 (우크라이나) 전면 지원이라고 본다"고 발언했다가 외교 마찰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경솔하게 행동한다면 한국 러시아 관계는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더해 한국 국민 백모씨가 간첩 혐의로 올해 초 러시아 당국에 구금된 사실이 타스 통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이 결국 미국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핵에 맞서러면 주한미군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갈등이 고조되더라도 감수할 것이라는 취지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SCMP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추구하는 한편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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