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해운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톤세제도의 일몰을 앞두고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제도 연장을 넘어 일몰제 폐지를 주장한다. 국적선사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선박에 재투자하지 못하면 해운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는 위기의식에서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에서 한 인터뷰에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HMM이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가 된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 팬데믹 등 상황을 맞이하면서 배가 부족해 물류대란이 일어났다"며 "경쟁국 선사에 의존하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그 피해를 국내 화주가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톤세제도 도입 후 우리나라 선복량은 크게 늘었다. 2005년 858척·2686만톤으로 세계 8위였지만 2022년 1665척·9922만톤으로 3.7배 증가해 세계 4위로 조사됐다. 해운 수입 역시 2005년 242억달러에서 2022년 483억달러로 약 2배 증가했다. 업계는 해운 장기 불황을 견딜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도 톤세제도를 유지해 선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운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부회장은 "최근 해운업계 상황은 2010년대에 장기 불황을 겪은 모습과 흡사하다"며 "코로나 팬데믹 동안 발주된 선박들이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선복 공급 과잉, 운임 하락에 따라 최대 2030년까지 해운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Net Zero·탄소 순배출량 '0')' 정책에 따라야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국적선사의 친환경 선박 투자에 2035년까지 총 57조원 규모가 들어갈 전망이다. 양 부회장은 "한국 해운업은 경쟁국에 비해 노후 선박이 많아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에서 운항 제한을 받을 수 있는 D·E등급에 해당하는 선박이 전체 선대의 40% 이상이라 규제 대응을 위해 친환경 선박 발주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양 부회장은 신조선 발주 여력을 유지했을 때 생기는 낙수효과도 언급했다. 그는 "선박 발주의 약 75%를 국내 조선소에 하므로 조선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톤세제도가 폐지되면 국적 선박들이 해운 친화적인 편의치적국으로 대거 이적할 것이 예상되는데 허브항으로 자리 잡은 부산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운협회가 지난 1월 국내 국적선사 16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톤세제가 폐지되면 보유하고 있는 선대의 85%를 외국으로 옮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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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매각 작업이 무산된 HMM과 관련해서는 "재매각을 하게 될 경우 인수기업이 HM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화주의 경쟁력 등 산업적 시각에서 더 들여봐야 한다"고 밝혔다. 해운동맹 재편 이슈에 대해서는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에서 하팍로이드가 빠지기로 예고하면서 하팍로이드에 의존했던 유럽 영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독립적인 영업망 구축이 과제인데 터미널 확보 등에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