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고거전'이 남긴 가장 큰 의미는 대하사극의 명맥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던 대하사극은 2021년 '태종 이방원'으로 부활, 2023년 '고거전'으로 이어졌다. 높은 제작비와 소재의 한계를 가진 대하 사극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퓨전 사극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래서 대하 사극은 편성 단계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금 나오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도 본질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하사극이라는 장르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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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를 연기한 지승현은 극 초중반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승현의 열연 덕분에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던 양규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지승현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현종을 맡은 김동준은 군 전역 후 복귀작인 '고거전'에서 훌륭한 성장 스토리를 그려냈다. 방송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결국 꾸준히 성장하며 논란을 이겨냈다. 아무것도 없던 위치에서 명군이 된 현종처럼 김동준의 성장사는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극을 대표하는 세 사람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력을 뽐내며 '고거전'을 완성했다. 백성현(목종), 김재민(이현운), 이종원(강조) 등은 극 초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김혁(야율융서), 김준배(소배압) 등 거란군의 배우들은 작품 내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재용(박진), 이시아(원정황후)는 연기한 캐릭터의 호오와 관계없이 연기력 부분에서는 흠을 잡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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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도 아쉬웠다. '고거전'은 많은 제작비와 CG를 투자했다고 홍보했지만, '돈 쓴 티'가 난 건 시작과 끝을 담당한 귀주대첩 정도였다. 그 귀주대첩조차도 몇몇 장면에서 아쉬운 CG가 보이기도 했다. 흥화진 전투는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로 좋은 반응을 이끌었지만, 그 외의 전투는 대부분 스케일이나 디테일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자와 제작진 간의 갈등 역시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고거전'의 원작자 길승수 작가는 17부 이후 달라진 작품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반대로 제작진은 원작과 드라마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며 반박했다. 극이 끝날 때 까지 이러한 갈등 상황은 지속됐다. 작품이 끝난 이후에는 제작진 내부의 갈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작품 자체의 논란이 작품 외부로 확장되며 드라마보다는 외부적인 이슈가 더 화제를 모은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성과와 아쉬움을 남긴 채 대하사극의 명맥은 차기작으로 이어진다. 김상휘 KBS 드라마센터 CP는 지난 3일 KBS 1TV 'TV비평 시청자데스크'를 통해 후속 대하드라마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김 CP는 "'고거전'을 통해 정통 대하드라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향후, 보다 철저히 준비해 완성도 높은 정통 대하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송하겠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인물, 소재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미 본격적인 후속작 기획에 돌입했다. 2025년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대하사극은 '고거전'의 피드백을 반영해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