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무역기술장벽…"TBT 1% 늘면 수출기업 수 0.22% 감소"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3.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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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최근 통상에서 무역기술분쟁(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 늘어나는 가운데 TBT 증가가 수출기업 감소를 불러온다는 분석이 나왔다. TBT 증가에 따른 추가 수출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운 소규모 기업들이 문을 닫은 영향이다. 다만 TBT 증가는 전체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TBT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양자·다자적 차원의 직접 무역 협상을 통해 TBT 수준을 낮춤과 동시에 우리 수출산업의 생산성과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수출대상국의 무역기술장벽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와 신상호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이 공동 집필했다.

TBT란 무역상대국의 기술규제,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로 인해 무역에 방해가 되는 제반 요소를 의미한다. 대표적 비관세조치로 2010년대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국내에서 KC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수출을 위해선 중국의 별도 기술규격(CCC)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출기업은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2015~2019년 중 우리나라의 26개 수출대상국 및 국내 제조업 내 7개 산업을 대상으로 해외 TBT 증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해외 TBT 증가는 수출기업 수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TBT 증가가 수출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까닭에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규모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혀 결국 폐업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신상호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은 "해외 TBT가 1% 증가할 때 수출기업 수는 최대 0.22%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TBT 증가는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수출은 대기업에 집중돼있는데 이들 대기업은 TBT 증가로 인한 추가비용을 흡수할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 과장은 "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중간재 공급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노동력도 필요하고 자본시장에서 자본력도 투입돼야 하는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며 "TBT 증가가 (수출금액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출기업 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제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별로 보면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높은 산업일 수록 TBT 증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등 산업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TBT가 증가하는 최근 무역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수출산업의 생산성과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 과장은 "TBT 현안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자적 차원에서 WTO(세계무역기구)에서의 소송제기, 양자적 차원에서 상호인정협력(MRA)과 같은 무역협상이 중요하다"며 "다만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생산성과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높아지는 해외 TBT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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