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아, 제니 죽어"…여친 강아지, 쓰레기봉투에 버린 남성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4.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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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동거하던 여자친구에게 집착 등 데이트 폭력
"헤어지자"고 말한 뒤 집 나오자 반려견 '제니' 죽이겠다고 협박
반나절만에 쓰레기봉투에 넣어 길바닥에 유기, 이후 결국 못 찾아
동물보호단체 학사모 고발, 김포경찰서 수사 중…반려견 보호자, 큰 충격에 정신과 치료 받아

남성과 여성이 동거했고, 여성은 남성의 집착이 힘들어 헤어지자고 했다. 남성은 여성의 반려견 제니를 종량제봉투에 넣어 입구를 쥔 채 협박했다. 그리고 제니가 담긴 봉투를 길에 버렸다. 제니는 여성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제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사진=학사모 제공남성과 여성이 동거했고, 여성은 남성의 집착이 힘들어 헤어지자고 했다. 남성은 여성의 반려견 제니를 종량제봉투에 넣어 입구를 쥔 채 협박했다. 그리고 제니가 담긴 봉투를 길에 버렸다. 제니는 여성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제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사진=학사모 제공


서로 사귀던 20대 남성과 여성이 한 달 정도 함께 살았다.

여성은 남성의 집착이 점점 심해지는 걸 느꼈다. 친구 등 지인을 만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단다. 만나지 못하게 했다. 일에 지장갈 만큼 남성은 전화를 자주 했다. 위치 추적까지 하겠다고 했다. 여성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단다. 그래도 의심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1일. 여성은 부모님께 연락해 요청을 했다.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아. 도와줘."

그날 밤 11시, 여성의 부모님은 그를 불러내주었다. 이모네집으로 오라고 딸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성은 일터에서 곧장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남성에겐 통화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알렸다. 그 덕분에 집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어 친구들과 술 한 잔하며 힘듦을 털어놓았다.



자정이 넘어간 새벽. 끝없이 오는 전화를 보며 여성은 결심했다. 남성에게 전화했다. 너무 답답해 힘드니,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전화 안 받자 카톡으로 협박…"너 때문에 제니는 죽는 거야"
헤어지자고 알리자, 남성이 여성에게 보낸 지속적으로 보낸 카톡 대화./사진=학사모 제공헤어지자고 알리자, 남성이 여성에게 보낸 지속적으로 보낸 카톡 대화./사진=학사모 제공
그러자 남성에게 계속 전화가 왔다. 여성은 받지 않았다. 남성은 카톡을 보냈다.

"전화 받아."


"전화 받으라고."

"전화 받아, 마지막이야."

그래도 여성이 받지 않자, 이런 카톡이 이어졌다.

함께 기르던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입구를 손에 쥔 채 "너 때문에 제니는 죽는 거야"라고 한 남성./사진=학사모 제공함께 기르던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입구를 손에 쥔 채 "너 때문에 제니는 죽는 거야"라고 한 남성./사진=학사모 제공
"제니 죽어, 전화 받아."

제니는 여성의 반려견이었다. 인생의 전부, 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삶의 고비마다 큰 힘이 되어줬고, 많이 의지했다. 그 전부를 없애겠다고 협박하는 거였다.

그래도 답이 없자, 남성은 "너 때문에 제니는 죽는 거야"란 카톡을 보냈다. 종량제 봉투를 손으로 움켜쥔 사진과 함께. 그 안에는 제니가 담겨 있었다.

인근 건물 쓰레기더미에 버려…학사모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반려견 보복 살해" 고발
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
2일 오후 4시. 여성은 카톡을 확인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단다. 남성에게 전화해 제니의 생사를 물었다. 두 사람 간의 녹취록에 담긴 대화가 이랬다.

"너 나한테 제일 소중한 게 뭔지 알지?"(여성)

"어."(남성)

"그게 뭔데?"(여성)

"제니잖아."(남성)

"그래서 죽인 거야?"(여성)

"어."(남성)

남성이 제니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사진=학사모 제공남성이 제니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사진=학사모 제공
시간이 지나도 남성은 봉투를 버린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여성은 부모님께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했으나 집에 제니는 없었다.

동물 보호 단체 학사모(학대견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는 남성을 김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차성경 학사모 대표"경찰에서 확보한 CCTV에 따르면, 남성은 2일 오후 8시에 종량제봉투를 들고 나와 던진 뒤 집에 다시 들고 갔다. 10분 뒤 나와 봉투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다. SBS '모닝와이드'가 확보한 CCTV에선 남성이 인근 건물 쓰레기더미에 마지막으로 봉투를 던지는 게 포착됐다.

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
차 대표는 "남성이 경찰 질문에는 답을 바꿔 '(제니를) 죽이지 않았다. 유기할 땐 살아 있었다'고 했다"며 ". 유기는 벌금 300만원으로 끝나지만, 사체가 나오면 형량이 훨씬 커진단 걸 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은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반려견 보복 살해"라며 "폭력의 대상이 처음엔 동물이었으나, 사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포경찰서 관계자 분들의 철저한 수사와 현명한 판단으로 제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학사모는 엄벌탄원서도 받고 있으며, 하루만에 2000명 넘게 서명했다.

전문가 "재범 위험성 높아, 가장 사랑하는 대상 훼손시킨 것"
여성은 인근 쓰레기 수거하는 곳을 다 뒤졌단다. 제니를 찾기 위해서./사진=학사모 제공여성은 인근 쓰레기 수거하는 곳을 다 뒤졌단다. 제니를 찾기 위해서./사진=학사모 제공
범죄심리전문가(프로파일러)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사건을 이리 분석했다.

"남성은 견주인 여자친구 약점을 정확히 꿰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전형적으로 피해자 죄책감을 유발하고 조종하는 수법이고요. '너 이 강아지 좋아하지, 네가 내 말 듣지 않기 때문에 죽는 거야, 결과적으로 네가 죽인 거나 다름 없어' 그러는 겁니다. 여성하고 이혼할 때, 아이에 대해 여성이 집착하면 '양육권을 내가 갖겠다'고 괴롭히는 것과 유사합니다. 기르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요."

그러면서 오 교수는 "여성에 화풀이를 하고 싶은 것이며,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훼손시켜, 본인 복수, 앙갚음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겁니다. 내가 뺏거나 가질 수 없으면 부순다는 게 기본적인 스토커 입장이고요. 그게 공격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거라 생각하는 겁니다. 강아지뿐 아니라 여자친구도 도구처럼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어 "강아지를 공격한 건 본인인데, 여자친구로 하여금 '나 때문에 강아지가 죽었구나'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라며 "가스라이팅이라고 봐야 한다. 죄책감을 자극해 효율적으로 공격한 거라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려견 제니가 남긴 털./사진=학사모 제공반려견 제니가 남긴 털./사진=학사모 제공
에필로그(epilogue).

여성은 극심하게 괴로워하고 있다. 자신 때문에 제니가 죽은 거란 죄책감과 공포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단다. '스트레스에 대한 급성 반응'이란 소견이 나왔다. 아픈 기억을 상기시킬까 싶어, 그에겐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여성 어머니가 남성에게 짐을 보내라고 해서 받았다. 거기에 제니 옷과 털이 있었다.

제니를 끝내 찾지도 못한 여성은 영혼 장례까지 알아봤단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차 대표가 이리 조언했다고.

"죽지 않는 예쁜 화분을 사서, 화분장을 해주라고 했어요. 그리 제니의 장례를 치러줄 것 같습니다."
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반려견 제니의 모습./사진=학사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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