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침' 작성자 정체 들통…IT업계 "익명? 커뮤니티 적발 쉽다"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4.03.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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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 속 인물은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2024.03.11./사진=뉴스1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 속 인물은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2024.03.11./사진=뉴스1


집단 이탈 전공의들이 병원 내부자료를 삭제·변조하도록 종용하는 글을 게시한 익명 작성자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IT업계에서는 적발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IT(정보기술)업계에선 익명 작성자의 정체가 드러난 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범죄 혐의가 짙은 글을 수사기관의 접근·분석이 용이한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해 적발이 쉬웠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폐쇄형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앱 '메디스태프'의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포털사이트 이메일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등을 거친 뒤 지난 9일 의사 A씨를 불러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고 전날 밝혔다. 피의자의 정체가 강제수사 개시 후 불과 열이레 만에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 기법을 밝히지 않았으나 피의자 추적 과정에서 A씨가 메디스태프 커뮤니티에 남긴 글·댓글 등이 수사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지난 4일 경찰이 "자료분석 과정에서 게시자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을 확보했다"고 밝히자 메디스태프 측은 "가입 때 이메일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압수된 전자기록은 모두 폐기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서버는 압수수색 대상도 아니었다"고 밝혀서다. 경찰이 메디스태프의 회원정보가 아닌 A씨가 남긴 글들을 통해 이메일을 알아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디스태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경찰이 의사 출신 공무원을 통해 우리 앱을 검색하는 방법으로 A씨의 이메일을 특정한 것으로 안다"며 "경찰이 포렌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임직원의 일부 대화 내역 외에 우리 직원들 PC에서 가져간 정보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IT전문가들은 범죄 혐의자가 특정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흔적을 남겼다면 해당 커뮤니티가 암호화를 지원하더라도 검거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한 개발자는 "사용자의 신원이 암호화됐더라도 통신 시간대를 끼워맞춰 신원을 특정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블라인드에 살인예고글을 올렸다 검거된 남성은 과거 자신이 다른 글에 작성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에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지난달 메디스태프 커뮤니티에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으로 "인계장을 바탕화면과 의국 공용폴더에서 지우고 나오라"는 글을 게시했다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게 됐다. A씨는 이 글에 "세트오더(처방지침)도 다 이상하게 바꿔버려라"며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니까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오더 중 2~3개를 삭제하라", "용량을 10분의 1로 줄이라"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익명으로 작성된 당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유포되자 경찰은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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