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사진제공=전현희 민주당 후보 캠프
지난 8일 오전 7시35분. 서울 5호선 마장역에서 내리자 역사 내부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서울 중구·성동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60·이하 전 후보)였다. 전 후보는 이날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의 패딩 점퍼 차림으로 출근길 시민들과 경쾌하게 인사를 나눴다.
이날 전 후보는 스스럼없이 시민들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하거나 명함을 건넸다. 이날 기온은 1.2도, 체감온도 영하 1.4도였다. 역사 안이라 해도 지상에서 불어온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쌀쌀한 날씨였다. 시민들은 점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대부분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채 바쁜 발걸음을 옮겼지만 많은 이들이 먼저 다가온 전 후보의 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전 후보는 1964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의사이자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다. 정계 입문하게 된 계기는 2000년대 한 제약사의 혈우병 치료제 투여와 AIDS(후천면역결핍증후군) 감염과의 인과성을 밝혀내는 손해배상 소송을 이끌면서였다. 18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제 7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임기를 시작해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를 마쳤다. 민주당에 전통적 '도전지'(험지)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을에서 지난 2016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 이모씨는 처음에는 전 후보를 못 알아보고 지나쳤다 다시 돌아와 인사를 건넸다. 이 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예전에 권익위원장 하실 때 꿋꿋하게 임기를 마치신 것을 인상깊게 봤었다"며 "여기 주민인데 이 곳에 출마하신다 하니 반가워 다시 돌아와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이어 "근처에 축산시장도 있고 재건축 현장도 있는데 동네가 좀 좋아지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한전이 있던 (마장동)부지도 잘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장동에서만 60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한 어르신은 전 후보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며 "요즘 젊은 사람들 살기가 너무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게 해주는 게 우리한테는 최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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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중년 남성은 "전 후보는 올바른 일을 해온 정의로운 이미지"라며 "민주적이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좋은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사진제공=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전 후보는 자신의 공천이 확정되고 나서도 임 전 실장이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까지 유세에 나서지 않고 기다렸다. 전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솔직히 당내 갈등에 상처를 받은 분들도 있었지만 이런 전 후보의 진심이 지역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전 후보가 최근까지 지역 당원들에 일일이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부드러운 강직함은 전 후보의 분명한 강점"이라고 했다.
전 후보도 늦게 유세를 시작한 만큼 "죽을 힘을 다해서 뛰고 있다"며 "절실함, 진정성은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출퇴근길엔 다들 바쁘셔서 인사를 안받아주시는 경우도 많은데 오늘은 거의다 받아주셔서 힘이 나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저만 더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전 후보는 빠르게 지역 현안을 습득중이다. 그는 "이 곳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데 지역에 따라 교육시설 편차가 좀 있다. 도선동 뉴타운 지역엔 학생들은 많지만 중학교가 하나 밖에 없고 성수동은 고등학교는 많지만 학생수가 줄어 통폐합되는 분위기"라며 "교육시설을 확보·재배치하고 교육환경을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철로 주변 소음 문제, 중랑천 주변의 체육시설 확보 문제, 축구장 잔디 정비 문제,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문제 등도 전 후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전 후보는 현재까지 지역 공약으로 △더 빠르고 확실한 '내 집 앞 5분 숲세권 시대' 그린 정원도시 성동 조성 △왕십리역 일대, '동북부 교통·경제 중심 허브' 조성 △뚝섬역·성수역 일대, '패션·뷰티, IT·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복합첨단산업밸리' 조성 △중학교 신설 등 교육환경 개선·24시간 어린이안심병원(소아응급의료시스템) 구축·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강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특구' 성동 조성 등을 내놨다.
전 후보는 "중구성동갑에는 전통적인 마장동 축산시장도 있고 또 봉제업도 굉장히 발달해 있다"며 "그러면서도 성수 지역을 중심으로 연예기획사 SM이나 패션기업 무신사 등이 들어오고 있다. 변화가 생기고 있고 잠재력도 너무 많은 곳이어서 나한테 딱 맞는 곳이라 생각한다. '성동스타일'을 상징하는 길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발로 직접 뛰는 유능한 민생전문가가 되겠다"며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한 3년 동안 한 일이 현장을 찾아가고 민원을 듣고 관계기관과 협의·조율해 결국 민원을 해결한 것이다. 의원이 되어서도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성동갑은?
이 곳에서 내리 3선을 한 '구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서울 서초을에서 출마를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와 민주당 전현희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중구성동갑은 '신관'을 맞이한다.
20~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의석을 내줬고 16~17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출신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지역에서 의원을 해 진보 텃밭(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2022년 대선에서는 동별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온 곳도 있었다.
특히 최근 성수동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신흥 부촌'을 상징하는 고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부 지역 성향이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보수의 텃밭이냐, 진보의 텃밭이냐를 가늠할 수 없는 '스윙보터' 지역인 셈이다.
전통 수제화거리가 있던 성수동은 최근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고 주변에 한양대도 있어 젊은층이 대거 유입중이다. 한편으론 마장동 축산시장과 같은 전통 상업지구가 있고 이 일대에서 '수 십 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인구도 많아서 '신구'가 조화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지역에 대해 "한강벨트 최전선에 있는 지역이다. 이같은 상징성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사활을 걸고 이 곳에 깃발을 꽂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