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 및 'K(케이)-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서 잼버리 대원 안전을 위해 근무 중인 당시 김승혁 서울경찰청 1기동단장(현 동작경찰서장). / 사진제공=동작경찰서
주목받지 않는 곳에서 이같은 상황을 주시하던 서울경찰청 1기동단장의 등에도 식은땀이 흘렀다. 관광버스 1400여대가 한곳에 모였고 통제를 위한 경찰 인력은 3570명에 달했다. 압사, 낙상 등 안전사고를 막는 것은 당연했고 혹시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응급조치해야 했다. 한 마디로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 되는 상황이었다. 경찰관은 행사가 끝난 후 마지막 대원이 버스에 탑승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승혁 서울 동작경찰서장 인터뷰. / 사진=동작경찰서
김 서장이 1기동단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6월 시간당 38.5mm 비가 내리는 날씨에 우비와 장화를 꺼내 든 일화도 '후배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한 단체가 마포대교를 건너 아현동 애오개역까지 행진을 강행하자 시민들 안전을 지키라고 지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다리를 건너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김 서장의 업무 목표는 '출근하고 싶은 경찰서'다. 그는 "경직적인 분위기에선 치안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경찰이 행복할 때 시민들도 안전함을 느끼고 지역 치안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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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서장은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데 힘쓴다. 익명으로 참여하는 1대 1 채팅방인 '동작 수다방'을 운영하고 직원들로 구성된 '동행(동작행복) 소통 TF(테스크포스)'를 만들어 우수자를 포상하는 등 직원들 사기 진작에 애쓰고 있다.
김 서장은 "안아주고 감싸주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작서 구성원들이 근무를 잘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동작경찰서 소속 순경 A씨는 "지난 근무지에서도 서장님과 함께 근무했고 이번에도 지원했다"며 "저 같은 연차가 낮은 후배들까지 믿고 따르는 선배"라고 했다.
삼일절을 맞아 현충원을 참배하는 김승혁 서울 동작경찰서장. /사진=동작경찰서
동작구에는 중앙대와 숭실대 등 대학 캠퍼스와 노량진 학원가가 있다. 대학생과 수험생이 이곳에 몰린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 다수도 이곳에 자리잡는다. 구민 평균 연령은 44.2세로 전체 32%(37만명)가 청년층이다.
김 서장은 또 동작 경찰 특유의 '사명감'도 강조했다. 그는 "관내 호국영령을 모신 현충원이 있다"며 "또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약 6000명의 수험생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경찰이기도 해서 우리 스스로 더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지난 1월23일 화재 건물에 뛰어들어 시민을 구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근무 중 훼손된 제복을 무상 지급하는 아너 박스(Honor box) 1호로 선정된 신대방지구대 이강하 경위 △지난 6일 퇴근시간 교통 정체를 뚫고 9세 아이를 응급실로 이송해 생명을 구한 남성지구대 백운성 경사 등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서장은 어떤 경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자 "삼일절을 앞두고 현충원에 참배할 때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이라고 적었다"며 "한 개인이 아니라 한 명의 동작경찰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