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수신 '썰물' 저축은행, 예대마진 4000억↑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3.0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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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새마을금고, 수익성에 희비
지난해 말 수신 급감한 저축은행, 4000억 예대마진 추정
새마을금고 고금리 특판으로 수신 급증, 여신은 못 늘려 수익성 악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여·수신 현황(말잔)/그래픽=이지혜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여·수신 현황(말잔)/그래픽=이지혜


지난 1년간 여·수신이 급감하며 몸집이 줄어든 저축은행이 최근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 말 수신이 급감하면서 약 4000억원 예대마진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새마을금고 수익성은 악화가 우려된다. 여신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수신이 3조4000억원 늘어서다. 새마을금고가 고금리 수신은 줄이고 새로운 대출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120조2384억원이었던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107조1491억원으로 13조893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신도 115조283억원에서 104조936억원으로 10조9347억원 줄었다.

저축은행 수신 감소는 지난해 9~12월에 집중됐다. 2022년 4분기 레고랜드 사태 당시 저축은행이 들여온 연 6%대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와서다. 지난해 9월 말 약 118조원이었던 저축은행 수신은 석 달 후 107조원으로 11조원가량 줄었다. 반면 이 기간 여신은 4조원 주는 데 그쳤다.



수신은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다. 예금이 대표적이다. 여신은 대출 등 형태로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수신이 줄면 은행이 고객에게 지불해야 할 이자가 적어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수신이 대량으로 빠지면서 저축은행 수익성은 개선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 약 4000억원 예대마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올해 여신을 늘리기도 어려운 만큼 업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땅히 대출을 운영할 데가 없어 마음대로 수신을 늘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올해는 저축은행이 그나마 중소기업 위주 담보대출이나 햇살론 등 정책금융 대출 위주로 여신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수신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지난해 7월 말 241조8559억원이었던 새마을금고 수신은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더니 12월 말 254조891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12월 말과 비교하면 1년 새 3조4701억원 늘었다. 새마을금고 대규모 현금인출(뱅크런) 사태 이후 대출 고삐를 죄면서 같은 기간 여신은 13조5359억원 감소했다.


새마을금고는 연 4%대 고금리 정기예금을 취급하면서 수신을 늘렸다. 조달 비용은 커졌지만 건전성 문제로 대출은 줄일 수밖에 없어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신 증가는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사태 이후 다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대로 상승한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고금리 수신은 줄이고 새로운 대출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결국 '아이들 머니'(유휴자금) 문제다. 고금리로 조달해도 잘 운용해서 수익을 내면 좋겠지만 결국 이걸 못해 기회비용이 생기는 것"이라며 "당분간 새롭게 수익원을 발굴해서 대출을 그쪽으로 가게 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결과적으로 조금 더 지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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