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인데 주가는 요지부동…CJ제일제당도 재평가 이뤄질까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3.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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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⑪CJ그룹의 캐시카우 'CJ제일제당'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최근 1년간 CJ제일제당 주가 추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최근 1년간 CJ제일제당 주가 추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28만4500원(1월24일 종가)→28만7500원(3월8일 종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예고됐지만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인 식품업계의 선두주자지만 유입된 기대감은 금세 빠졌다.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면서 주가가 불기둥을 세운 자동차주, 금융주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K-푸드 열풍이 뜨겁지만 실적은 차가웠던 점도 영향을 줬다. CJ제일제당은 한동안 '비비고' 등의 성공에 힘입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핵심 사업인 식품 부문은 해외가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뛰어넘으며 성장세를 보였지만 바이오, 사료 사업 등이 발목을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의 주가 전망을 밝게 본다. 올해 실적 개선의 방향성이 분명하다는 평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의 기반이 될 실적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주주환원책을 시행하면 오랜 저평가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의 눈높이는 실적 추정치와 함께 올라갔다.

K-푸드 인기는 여전한데…연간 별도 영업익은 35.4% 감소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CJ제일제당 (337,000원 ▲4,500 +1.35%)은 전일 대비 4000원(1.41%) 오른 28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계획이 발표된 지난 1월24일 종가(28만4500원)와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주가는 지난달 22일 장 중 31만원대까지 올랐으나 다시금 빠지면서 발표 전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



지난달 13일 이뤄진 실적 발표도 주가에 호재가 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은 35.4% 감소한 8195억원이다.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5%, 영업이익은 22.4% 줄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4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식품 사업은 성장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11조2644억원, 영업이익이 4.9% 늘어난 6546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만 두고보면 4분기 영업이익이 87% 늘어났다. K-푸드가 미주 지역에서 인기를 이어가며 해외 식품 사업의 분기 매출도 처음으로 국내를 앞섰다.

식품 외 부문에선 아쉬운 모습이 엿보였다. 바이오 사업은 원재료인 원당 가격 상승 부담과 셀렉타 부진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축산 독립법인 CJ 피드앤케어(Feed&Care)는 주요 사업국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사료·축산 수요 부진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영업적자 864억원을 기록했다.


주주 환원 정책 기반되는 '실적'…바닥 딛었다는 증권가 분석
/사진제공=CJ제일제당/사진제공=CJ제일제당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실적 개선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식품 사업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덜어지고 수요가 회복되면서 전사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전히 F&C 사업이 불확실성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개선세는 분명하다고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CJ제일제당의 매출액을 전년 대비 5% 늘어난 18조7664억원, 영업이익은 33% 늘어난 1조873억원으로 전망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864억원에 달했던 F&C는 축산 제조원가가 4분기 피크였던 점, 축산가도 공급 감소, 수요 증가로 점진적 상승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영업손실은 94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김태현 IBK증권 연구원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부진했던 만큼, 올해는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라며 "국내 가공식품 판매량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소재 원가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됨. 또 바이오와 F&C 부문도 기저효과에 따른 이익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IBK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목표가를 각각 40만원, 4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영증권은 수익성과 현금에 기반해 저PBR 투자 종목을 선정하면서 'CJ제일제당'을 추천했다. 박소연·강기훈 연구원은 "저PBR 유니버스와 현금 보유 및 창출 능력, 배당 확대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 될 것"이라면서 해당 조건을 반영하면 제일제당 등 10개 종목이 PBR 0.7배 이하, 영업이익 흑자, ROE 6% 이상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주주 환원 정책 미정이지만…'배당금 유지' 시그널 긍정적
정부가 내놓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제재보다 인센티브 중심으로 운영돼 강제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이 지원 방안 시행 이후 어떤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는가가 주가 재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주주환원 개선책이나 밸류업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주당 배당금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CJ제일제당은 두자릿수 영업이익 감소에도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5500원, 우선주 5550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2022년부터는 식품업계에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도입해 시행해오기도 했다.

실적과 규모라는 조건은 갖춰졌지만 CJ제일제당이 저PBR 종목의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저밸류 기업들 사이에서 옥석가리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밸류업의 핵심은 주주환원 개선 가능 여부다.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내에서도 주주 환원 여력이 높은 대형주가 앞으로의 정책 모멘텀에서 더욱 매력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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