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안되고 속쓰려" 위 문제만이 아니다?…내시경 보니 '이곳' 염증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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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C'자 형태의 소화기관이 십이지장이다.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C'자 형태의 소화기관이 십이지장이다.


#. 직장인 A씨는 최근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 결과 '십이지장염'이라고 진단받았다. A씨는 위내시경 검사가 식도·위만 확인하는 줄 알았지만 십이지장에 염증이 생겼다는 말에 큰 병은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A씨처럼 '위내시경' 하면 흔히 식도나 위를 보는 검사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위내시경의 경우 정확한 표현으로는 상부 위장관 내시경이라 할 수 있다. 상부 위장관엔 식도·위·십이지장이 포함되며 내시경을 넣어 모니터를 통해 상부 위장관의 내부 상태를 직접 관찰하며 진단하는 게 위내시경 검사다.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체내에 조영제를 넣어 실시하는 방사선 검사는 간접적으로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내시경 검사는 병변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병변을 확인하면 조직 검사까지 바로 실시할 수 있어 진단,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 된다.

십이지장은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C'자 형태의 소화기관이다. 췌장·담낭(쓸개)에서 내보내는 효소를 통해 음식물을 소화한다. 십이지장(十二指腸)은 그 길이 손가락 12개를 옆으로 늘어놓은 길이라 해서 이름 붙었지만 실제 십이지장의 길이는 그보다 더 길다.



위는 대표적인 소화기관으로 사람이 먹은 음식물을 저장한다. 또 위샘에서 분비한 위액으로 일부를 소화하고 나머지를 소장으로 내려 보낸다. 소화를 돕는 위액에는 단백질 소화와 살균에 관여하는 산성 물질인 위산이 들어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등 이유로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위장관을 자극하고 속이 쓰리는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된 상태에서 헬리코박터균이나 진통소염제, 흡연, 음주, 잘못된 식습관 등이 원인이 돼 십이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십이지장염이라고 한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오른쪽)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위내시경 기구를 넣어 십이지장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대동병원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오른쪽)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위내시경 기구를 넣어 십이지장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대동병원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나 일부 복부 팽만감, 속 쓰림, 구역, 신트림, 소화불량, 상복부 통증 등 소화기 질환의 증상이 나타난다.


십이지장염은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관찰하고 진단한다. 필요한 경우 헬리코박터균 조직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증상에 따라 위산분비억제제, 제산제 등 약물 요법을 시행하면서 식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 소화기내과장은 "십이지장염의 경우 관리만 잘해도 4~6주면 염증을 치유할 수 있어 의료진 지시하에 약물 요법,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방치하면 궤양으로 이어지거나 출혈·천공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뜨겁거나 찬 음식, 신맛이 강한 음식, 딱딱한 음식, 강한 향신료 등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면 위산을 분비하고 위 운동을 촉진하므로 삼가야 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되 십이지장염이 심하면 식사를 하루 5∼6번에 소량씩 나눠 위의 부담을 줄인다. 위액 분비를 자극하는 커피·술·담배는 피한다. 양질의 비타민·단백질·미네랄을 섭취하면 위 점막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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