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험은 금융 위험"…미국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3.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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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국의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여기에 홍수와 산불 등 기후 위험도 함께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6일(현지시간) 오는 2026년 회계연도부터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기업 기후 공시 규칙'을 가결 /로이터=뉴스1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6일(현지시간) 오는 2026년 회계연도부터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기업 기후 공시 규칙'을 가결 /로이터=뉴스1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2026년 회계연도부터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기업 기후 공시 규칙'을 가결했다.



기업들은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홍수, 산불 등 기후 관련 위험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SEC는 기후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물론 악천후로 인해 발생한 손실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이 규칙은 투자자들의 결정을 돕기 위한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기후위험에 대해 일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조항은 당초 SEC가 제안했던 내용 중 '스코프3(Scope3·간접배출량)' 의무 보고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해 쓰는 스코프(Scope)는 그 측정 대상 및 범위에 따라 스코프 1, 2, 3으로 구분된다. 스코프1은 기업 운영으로 인한 직접 배출 온실가스, 스코프2는 기업이 구매한 에너지로 인해 발생되는 온실가스, 스코프3은 제품의 생산과 판매 등 기업의 가치사슬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스코프3와 관련해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복잡하다며 반대해 왔다.

SEC의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기업들은 스코프1과 스코프2에 대한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됐다. 단 이 역시 투자자에게 중요한 관심 사항으로 간주하는 내용만 해당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환경단체들은 기업의 온실가스 간접 배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며 SEC가 스코프3을 삭제한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미국 소비자 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클라라 본드리치 수석 정책 고문은 "안타깝게도 SEC는 의무 조항 최종안에서 핵심 지표를 삭제해 투자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규정과 관련한 미국 내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조지아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알래스카주 등 10개 주는 이 규정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했다. 공화당 소속의 웨스트버지니아주 패트릭 모리시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규정은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중소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미국증권협회도 성명을 통해 "이 규정이 SEC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며 '회사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를 옹호하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겐슬러 위원장은 "전직 SEC 관료를 포함한 학계 단체 등이 '위원회가 기후 관련 추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일부 환경 단체도 SEC가 스코프3를 제외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단계라며 옹호했다. 천연자원보호협의회의 엘리자베스 데르베스 금융 규제 및 기후 위험 담당 이사는 성명서에서 "기후 위험은 금융 위험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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