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싸우는 미국"…미국 대선 결과, 어떤 변화 불러올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4.03.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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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키플랫폼 - 세계 운명 좌우할 미국 대선] 존 퀴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현재 전세계 각국의 외교 부처, 정보 기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망하는데 애쓰고 있다. 누가 당선될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시나리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당선시 변화 전망 등 미국 대선 이슈를 톺아봤다.

"미국과 싸우는 미국"…미국 대선 결과, 어떤 변화 불러올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됐다. 이러한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글로벌 정치 조사·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최대 글로벌 리스크가 '미국과 싸우는 미국(The United States vs. itself)'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대선은 그 결과를 막론하고 미국 사회 분열과 국제질서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4월 24~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은 미국 대선이 한반도와 글로벌 사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콘퍼런스에 앞서 키플랫폼이 인터뷰 한 존 퀴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두 후보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상황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전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 각지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퀴긴 교수는 호주와 국제 경제 정책에 대한 전문가로, 경제학 베스트셀러 '좀비 경제학'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호주 사회과학아카데미, 미국 농업경제협회, 호주 농업 및 자원경제학 등의 펠로우와 호주 기후변화 당사국 이사 등을 역임했다.



존 퀴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제공=존 퀴긴 교수존 퀴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제공=존 퀴긴 교수
"트럼프 당선 가능성 높지만...민주주의의 도전"
퀴긴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내다봤다. 그리고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나아가 전 세계 권위주의 국가들이 득세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퀴긴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가 미칠 가장 큰 영향은 글로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이는 전 세계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을 독려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승리하든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과 책임은 축소되겠지만 트럼프는 이를 훨씬 가속화하고 독재자들에게 호의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천재라고 칭하며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퀴긴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미국 내 권위주의적인 정부 수립에 대해 고민을 해왔고,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헝가리나 폴란드처럼 일부 민주당 유권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거나 적대적인 언론을 탄압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할 가능성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2028년 대선에서 가족 구성원을 공화당 후보로 지명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도록 보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며 "순응적인 공화당 의회 다수와 극우적인 대법원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속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관계·우크라이나 전쟁·이스라엘 전쟁 불확실성도 커져
퀴긴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국제질서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미중 관계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안 문제에 있어 중국에 훨씬 적대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위협을 주고받는 상황을 넘어서는 충돌까지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화하며 교착 상태를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중국이 섣부른 무력 충돌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퀴긴 교수는 "중국에서도 단기적인 전쟁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는데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군사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앞으로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인식을 반영한다"며 "아마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황이 시진핑에게 큰 교훈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겠지만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승리를 막기 위해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인한 공백을 충분히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퀴긴 교수는 "다시 도래할 트럼프 시대에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기존의 동맹이 더 이상 공유된 민주적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며 "영국이나 유럽의 상황에 따라 쿼드(QUAD:미국,인도,호주,일본의 대중 안보협의체)나 오커스(AUKUS:미국, 호주, 영국의 안보협의체)의 미래도 마찬가지로 불확실해질 수 있고, 이는 동맹국들이 지역 내에서 안보 위협에 직면할 경우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중동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미국의 친이스라엘, 친사우디아라비아 행보가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퀴긴 교수는 "트럼프는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량 학살 정책에 대한 지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동에서 보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싸우는 미국"…미국 대선 결과, 어떤 변화 불러올까?
글로벌 통상·기후·에너지 정책도 변화 불가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글로벌 통상,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퀴긴 교수는 "트럼프는 글로벌 통상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다자간 협력체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퀴긴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관련 산업이 확대되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파리협정을 재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퀴긴 교수는 "트럼프는 기존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모든 정책에 대해서 적대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석유 시추 확대, 러시아 석유 수출 제재 완화 등으로) 내년에 트럼프가 취임하게 된다면 국제 유가는 현재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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