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12조 뭉칫돈 몰린 이 나라…"지속가능성이 투자 경쟁력"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4.03.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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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렐 브로텐 캐나다 연방투자청장

로렐 브로텐 캐나다 연방투자청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로렐 브로텐 캐나다 연방투자청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26억 캐나다 달러(약 12조3000억원). 지난해 5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방한 후 한국 기업들이 캐나다의 배터리(이차전지) 공급망과 에너지 부문에 투자한 액수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들과 청정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한국 기업들의 돈이 캐나다를 향하는 건 한국이 지난 2014년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캐나다의 첫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이 된 배경과 맞닿아 있다.



FTA 체결은 두 나라 산업구조의 상호보완 영역이 넓을수록 수월하다. 캐나다 산업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광업,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 시장 잠식 우려 없이 시너지를 내기 유리한 구조다. 배터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최근 광물과 자연환경을 필요로 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캐나다 투자를 급격히 늘린 배경과 같다.

로렐 브로텐 캐나다 연방투자청장이 지난 2월 말 한국을 찾은 이유도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캐나다에 이미 투자한 기업들 및 캐나다 투자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브로텐 청장이 이번 아시아 방문 중 찾은 국가는 한국과 싱가포르인데, 기업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방문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그린산업'에서 한국과 캐나다의 산업협력이 긴밀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브로텐 청장을 만나 한국과 캐나다간 산업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캐나다가 투자처로서 가진 강점을 소개해달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FTA 등으로 51개국 15억 명의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 접근성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매우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재정적 안정성이 있다.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에 더해 강력한 ESG 원칙과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시한다. 세제혜택에서도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캐나다 산업이 갖고 있는 강점이 어떻게 상호보완 될 수 있을까.
▶캐나다와 한국의 산업계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목표, 기술 혁신에 대한 헌신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 이런 점이 한국 기업들이 캐나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주요 투자자 중 일부가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미 결정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의 주요 프로젝트가 예시가 될 수 있다.

-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북미에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다. 캐나다가 다른 국가에 비해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캐나다는 최근 블룸버그NEF가 선정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경쟁력 순위에서 1위에 선정됐다. 조사업체 라이스테드(Rystad)도 세계에서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진 국가 중 하나로 캐나다를 꼽았다. 캐나다의 경우 채굴부터 최종 사용, 통합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ESG 추적성 측면에서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물이 어디에서, 어떤 지역 사회에서 왔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추출됐는 지 등이 광물의 최종 사용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5월 쥐스탱 트뤼도 총리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주요 광물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후 추가 협력 사례가 있다면
▶그 이후 주요 광물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협력과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미국 제너럴모터스는 퀘백에 배터리 양극제 합작 공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캐나다 연방투자청은 매년 토론토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광업 컨퍼런스 중 하나인 PDAC (Prospectors Development Association Canada)을 후원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PDAC에도 한국기업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캐나다 배터리 주요광물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참가했다.

-배터리 산업에서 리튬 수요가 급증하면서 캐나다도 리튬 생산을 늘리기로 했는데, 생산량은 어느 정도 늘어나나.
▶리튬 생산량의 경우, 2022년부터 늘리고 있으며, 2023년 1만톤에서 2024년 25만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배터리 밸류체인 외에는 어떤 산업에서 이런 상호보완이 잘 발휘될 수 있다고 보나.
▶캐나다는 전략적 부문에 투자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 외에 업스트림 채굴, 에너지 전환, 중요 광물, 농업 기술 등이다. 이번 방한 기간 만나는 주요 한국 기업들과 이런 분야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 수소 사업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캐나다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저비용, 저탄소 수소 생산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국가라 생각한다. 캐나다에서 여러 혁신적인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월드에너지GH₂와 캐나다 동부의 상업용 그린수소 플랜트에 60억 캐나다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E1은 캐나다에서 친환경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캐나다의 수소 모델은 가장 지속 가능한 수소를 추구한다. 세금 공제 구조도 생산이 더 친환경적 일수록 더 많은 세금 공제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모든 '색상'의 수소가 있지만, 그린수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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