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만에 사라진 4살 아이…실종 열흘 뒤 "위로금 주겠다" 의문의 전화[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4.03.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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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당시 마츠오카 신야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실종 당시 마츠오카 신야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35년 전 오늘, 일본에서 4살짜리 남자아이가 단 20초 만에 실종됐다. 이름은 마츠오카 신야.

실종된 곳은 집에서 6~7시간 떨어진 친척집 근처다. 외가 친척들과 함께 아침 산책을 하다 아빠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아이. 범인도, 목격자도 찾지 못한 이 사건은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3대 미해결 어린이 실종사건으로 남아있다.

"산책 더 하고 싶다"더니 20초 만에 사라져
사건의 시작은 신야 외할머니의 장례식이다. 실종되기 하루 전인 1989년 3월 6일 이바라키현에 살고 있던 마츠오카 신야의 가족은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도쿠시마현 코마츠시마시로 향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신야네 가족은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외가 친척집에서 그날 1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신야가 실종되던 날 해가 밝았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신야의 아빠는 자신의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집 근처를 10여분 정도 산책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신야가 "조금 더 산책하고 싶다"고 했고 아빠는 집으로 들어가 둘째 아들을 아내에게 넘겨주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기에 걸린 시간이 20초 남짓.



현관 밖에 있어야 할 신야가 보이지 않았다. 현관 바로 앞에 설치된 10m 길이의 돌계단까지도 분명 함께 걸어왔다는 게 아빠 마츠오카 마사노부의 얘기다. 온 가족이 나서서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신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결국 마사노부는 산책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인 오전 10시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들은 신야가 근처 산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생각하고 산과 마을을 수색했다. 첫날에는 100여명, 다음날에는 200여명이 수색에 투입됐지만 신야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당시 경찰은 실종장소가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곳이라는 점, 현장에서 100m 떨어진 밭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이 "외부 차량 같은 건 보지 못했다"고 말한 점, 신야 가족이 친척집에 온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을 단순 사고 건으로 판단했다.


마츠오카 신야 실종 당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마츠오카 신야 실종 당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언제 집으로 돌아오세요?" 납치범의 전화 한 통
그러나 신야가 실종된 지 9일째인 3월 16일, 의문의 여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 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신야가 머물던 외가친척집으로 전화한 이 여성은 자신을 신야의 누나가 다니는 이바라키현 유치원의 학부모라고 밝히면서 "유치원에서 가족들을 위로하고자 위로금을 모았는데 언제쯤 돌아오시냐"고 물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온 신야의 가족은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위로금 소식이 없자 유치원에 전화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위로금을 모은 사실이 없으며 우리 유치원에는 그 학부모라는 사람의 자녀도 다니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가족들은 의문의 전화를 걸었던 여성이 납치범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범인이 신야의 가족이 언제 이바라키현으로 돌아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여성은 친척집이 있는 도쿠시마현 사투리를 썼다는 점도 이런 생각에 힘을 실었다.

생김새 비슷한 신원미상 남성, DNA 검사까지 했지만
신원 미상자로 소개된 남성. /사진=일본 JNN 방송 캡처신원 미상자로 소개된 남성. /사진=일본 JNN 방송 캡처
이후 신야의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TV에 출연까지 하는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신야를 찾았다. 곳곳에서 신야를 봤다는 목격담이 쏟아졌지만, 신빙성이 떨어졌다.

가장 믿을만한 목격담은 신야 어머니 친구의 지인이 전한 것으로, 신야가 실종된 다음 달에 도쿠시마현 히와사쵸해안에서 신야와 비슷한 남자아이를 봤다는 것이었다. 이 지인은 "30대 후반의 남자가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부모로 보기에는 부자연스러웠다.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다가가자 남자가 아이를 숨기려는 듯 흰색 자동차를 타고 사라졌다"고 밝혔다.

신야가 실종된 지 29년 만인 2018년에는 신야와 비슷한 생김새의 신원미상 남성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실종자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남성은 자신을 25살 와다 류토라고 소개했고 "4세부터 21세까지 모르는 아저씨에게 17년간 감금당하다 도망쳤다"고 말했다.

방송을 본 많은 사람에게 '신야와 너무 비슷하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이 신야의 부모를 통해 DNA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마사노부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니었다"고 알렸다.

마츠오카 신야 사건은 35년이 흐른 아직도 일본의 3대 미해결 어린이 실종사건으로 남아있다. 신야의 어머니인 마츠오카 케이코는 아들과의 재회를 끝내 이루지 못하고 2020년 10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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