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원금에 번호이동 지원금까지…부담 커진 이통사 '고심'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4.03.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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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하면 최대 50만원 지원금'…단통법 시행령 개정

서울 강남의 한 휴대폰 판매점의 이통3사 로고의 모습. 2024.02.13. /사진제공=뉴시스서울 강남의 한 휴대폰 판매점의 이통3사 로고의 모습. 2024.02.13. /사진제공=뉴시스


이동통신사의 스마트폰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려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법 폐지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이통3사의 마케팅 경쟁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이통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정책의 방향성이 명확한 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지원금 '출혈' 경쟁에 나서기에는 수익성 저하가 걱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단통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가입 유형에 따라 공시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단통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부당 차별 지급 금지의 예외 조항을 신설한다. 가입 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등 지급 기준은 방통위가 '이동통신사업자의 기대수익 및 이용자의 전환비용'을 고려해 고시에서 정한다.



앞서 방통위는 휴대전화 통신사 이동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줄 수 있도록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고시) 제정도 행정 예고했다. 고시안은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 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을 담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가 50만원 이내에서 위약금, 심(SIM) 카드 발급 비용 등을 전환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SK텔레콤 (51,300원 ▲500 +0.98%)KT (35,600원 ▲1,100 +3.19%), LG유플러스 (9,900원 ▲20 +0.20%) 등 이통3사는 시행령 통과에 대한 별도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지속해서 가계통신비 인하 의지를 피력해왔고, 그 일환으로 고가 스마트폰의 구입 부담을 낮추는 차원에서 이통3사의 마케팅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만큼 섣부른 반응으로 논란을 초래할 필요는 없다는 의도다.



다만 개정 시행령이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4일부터 시행되는데, 시행령을 반영한 전산시스템 변경 등을 완료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통사들의 항변이다. 한 관계자는 "영업일로는 불과 5일 남았는데, 이 기간에 전산시스템을 고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교체에 대한 더 많은 보조금 지급이 오히려 가계통신비 인하에 역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규 가입이나 기기 변경보다 번호 이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면, 더 비싼 고가 단말기를 더 비싼 요금제로 번호 이동하는 것을 부추기게 되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개인들의 가계통신비는 더 올라갈 것이란 우려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가 단말기를 싸게 사면 당장은 소비자에게 좋아 보이지만, 결국 24개월간 내야 할 금액은 더 많아진다"며 "삼성전자와 애플 등 단말기 제조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 모두 마케팅 경쟁의 여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우선 주력사업인 5G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통사들이 저마다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아야 할 동력이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5G 가입자 수 증가율은 월평균 1%대에 접어들었다. 수익성도 나빠졌다. 지난해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10억원으로 2022년보다 불과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통신비 인하의 첨병으로 활약했던 알뜰폰 업계도 떨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을 넘어서며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통3사의 마케팅 경쟁이 거세질 경우 소비자들이 다시 알뜰폰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통과와 단통법까지, 소비자 이익을 고려한다지만 알뜰폰 사업자는 배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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