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것'일지 알았는데 훈훈한 감동도 주는 '연애남매’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3.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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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와 결이 다른 가족 연애 리얼리티 첫방 어땠나?

사진=JTBC사진=JTBC


네 쌍의 남녀가 한 집에 모였다. 닮은 듯한 얼굴,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여덟 명의 남녀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가려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랑을 찾으려 한다. 새로운 연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여느 방송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곳에서 마주하는 사람 중 누군가는 출연자에겐 익숙한 상대라는 점에서 ‘환승연애’를 떠오르게 한다. 다만 그 익숙한 상대가 ‘전 연인’이 아닌 ‘내 혈육’이기에 전혀 생각지 못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애 리얼리티 최초로 남매들이 출연진으로 등장하는 JTBC의 ‘연애남매’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연애남매’는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내 편이 되어주는 K-남매들의 특성을 연애 프로그램과 접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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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연애 프로그램들과 다름없이 출연진들은 하나둘씩 정해진 장소로 입소한다. 각자의 자유로운 로맨스를 만들기 위해 출연진들은 누가 자신의 혈육인지 밝힐 수 없다. 이를 위해 성을 제외한 이름만을 공개해야 하며, 남매 관계가 드러날 수 있는 어떤 것도 최대한 숨겨야 한다. 또 입주 첫날에는 나이와 직업도 밝혀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출연진들은 자신을 소개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당연하게도 관전 포인트는 ‘누가 누구의 혈육인지’ 알아맞히는 것. 피를 나눈 사이인 만큼 ‘쉽게’ 맞힐 수 있을 거라 짐작됐지만, 예상외로 여덟 명의 남녀는 서로 닮은 듯, 다른 듯해 출연진들 사이에도 혼돈을 야기한다.



사실 남매가 출연자이기에, 혈육 간에 같은 상대를 좋아하는 일은 (방송 안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을 터. 때문에 남매를 꼭 알아내야만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누가 누구의 혈육인지’ 알아내야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출연진들 사이의 첫날 남매 탐색전은 그래서인지 쉽게 끝나는 듯했다. 여성 출연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편지를 써서 그의 혈육으로 추정되는 참가자에게 전달하라”는 미션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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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션은 수신인도, 발신인도 밝힐 수 없다는 점에서 (남매를 잘못 짚었다면) 오배송 사고가 충분히 짐작되는 미션이었다. 여기에 편지를 받은 여성 출연자는 편지의 발신인과 내 혈육이 어울린다는 판단으로 좋은 커플이 되길 바라거나, 그렇지 않길 바랄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빨리 남매를 파악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의 혈육에게도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는, 여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던 상황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앞서 갓 입주를 마친 출연진들에게 “내 혈육이 첫눈에 끌릴 것 같은 이성의 이름을 보내 달라”는 문자가 도착하기도 했으니, 결국 ‘연애남매’는 이성의 마음만 사로잡는 걸로는 사랑을 쟁취할 수 없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제목만 듣고도 소름이 돋을 수 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연애남매’를 처음 들었을 때 필자의 반응이 그랬다. 단지 ‘연애’라는 단어와 ‘남매’라는 단어의 배열일 뿐임을 알고 있음에도, 어쩐지 두 단어가 나란한 것만으로도 험한 것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고 할까. 그만큼 ‘남매’는 감히 ‘연애’와 같은 선상에도 놓여서는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짜 남매라면 이 불쾌함을 짐작하리라. 때문에 더더욱 이 프로그램은 궁금하면서도 궁금해선 안 될 것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뚜껑을 여는 순간 후회만이 남을 것 같은 까닭이었다. 남의 남매 연애는 괜히 궁금해해서, 내가 대리 민망함을 느끼는 그런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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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열어버린 ‘연애남매’의 뚜껑은 그러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한 설렘은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가족애와 따뜻함까지 안겼다. 이제 겨우 1회밖에 공개되지 않았기에 출연진들이 혈육과 함께 각자의 짝을 찾아가는 과정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회 분량만으로도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가족의 의미까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다. 분명한 건 앞선 설명처럼 지금까지 시청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는 분명 달랐다는 것. 전 연인보다 쉽게 짐작 가능해서인지 ‘연애남매’ 제작진은 첫 화에 벌써 두 쌍의 남매를 시청자에게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의 인터뷰를 통해 남매의 성장 과정까지 직접 전해 들었다. 단순히 어떤 아이였는지, 어떻게 자랐는지를 넘어 출연진 가족 전체에 대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 구성은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방증한다.

평소엔 물고 뜯는 남보다 못한 남매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내 편이 돼주는 남매. 이들의 인연 찾기 연애 리얼리티는 마지막까지 따뜻할 수 있을까. 연애 리얼리티 홍수 속 가장 따뜻한 시작을 끊은 ‘연애남매’의 다음 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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