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사진제공=DL이앤씨
하지만 DL이앤씨 주가 상황은 좋지 않다. 시가총액은 DL이앤씨가 보유한 현금에 채 미치지 못한다. DL이앤씨 탓이라기보다 경쟁업체들의 부실 공사로 건설업 전반의 투심이 악화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가 이어지며 건설 경기도 좋지 못해 건설주 전반이 시장에서 소외됐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과할 정도로 저평가된 DL이앤씨…"요즘 유행에 부합하는 주식"
DL이앤씨-주가추이/그래픽=이지혜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DL이앤씨에 주목한다. 고공 행진하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년 8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신축 분양 경기와 구축 실거래 경기는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우량한 현금과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가진 요즘 시장에 부합하는 종목"이라며 "보수적인 사업 기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리스크도 없고, 현 주가 레벨인 Forward PBR 0.4X 배는 과거 분할 전 대림산업의 역사적 저점 수준에 불과해 추가 업사이드가 상존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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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의 PBR은 0.32배다. 통상 1배를 기준으로 PBR의 높고 낮음을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극심한 저평가 구간에 속한다. 삼성엔지니어링 (26,450원 ▼100 -0.38%)(1.42배), 현대건설 (35,450원 ▲50 +0.14%)(0.47배), 대우건설 (3,835원 ▲50 +1.32%)(0.40배) 등 동종업계 경쟁사와 비교해도 낮다.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6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주는 이어지고 있다. 연결 기준 DL이앤씨의 지난해 수주 액수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14조9000억원이었다. 토목과 플랜트는 2022년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주택 부문은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수주잔고는 16% 늘어난 30조9000억원이다.
최근 3개년 DL이앤씨 수주실적/그래픽=이지혜
DL이앤씨 향후 3개년(2024~2026년) 주주환원책/그래픽=이지혜
지난해 10월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회사이며 같은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DL건설을 상장 폐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이목을 끌었다.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빈번했던 국내 증시에서 이중 상장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DL이앤씨의 결정은 돋보였다. 메리츠 증권은 금번 주식 교환을 통해 DL이앤씨가 8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순현금은 약 1조원(DL이앤씨 7000억원·DL건설 3000억원)을 웃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주발행 수량만큼 자사주소각이 이뤄지기 때문에 DL이앤씨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는 없다"며 "DL이앤씨와 DL건설 모두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효율적인 자본재배치를 통해 순현금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DL건설 간 주식교환 일지/그래픽=이지혜
DL이앤씨가 준공한 울산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 /사진제공=DL이앤씨
지난해에는 아람코가 투자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설비(CCUS) 사업도 추진하고 있고,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도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2019년 이래 DL이앤씨는 건설업종 내에서 최고 수준인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어 필요자금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DL이앤씨에 대해 "총차입금을 크게 상회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차입 부담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대한 소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매입한 자사주의 목적과 활용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며 "자사주 매입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상승시킬 수는 있겠으나 확실한 활용 방안이 정해지기 전에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엑스에너지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제공=DL이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