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반도체협회장에 보조금 협조 요청…건설비용 협상카드 될까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4.03.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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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서울=뉴시스]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미국 반도체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가 미국측 협조를 지속 요청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최근 신청자 폭주로 보조금 액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혀 우리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공장 건설 비용 등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협상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방한 중인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과 만나 미국 반도체법 등 주요 정책 추진현황과 한미 간 공급망 등 반도체 분야의 통상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SIA는 미국 반도체업계를 대변하는 주요 협회로, 삼성,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국제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차별받지 않고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개최 예정인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를 계기로 논의되는 민관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과 유선으로 양국 첨단산업 협력을 위해 반도체법 보조금과 관련된 협조를 당부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주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반도체 보조금 지원 요청을 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열리는 고위급 회담 등의 계기마다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을 수시로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반도체법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주는 반도체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달러)을 포함해 5년간 527억달러(75조5000억원)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반도체 보조금 390억달러 가운데 280억달러(약 37조원)를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재 기업들이 요청한 반도체 생산 보조금은 700억달러(약 93조원) 이상이다.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지금까지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와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3곳을 발표했다. 인텔에도 100억달러(13조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아직 협의 중이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외에 대출·대출 보증, 세액공제 등 다른 혜택도 많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공장 건설 수요가 몰려 비용이 치솟는 상황에서 업계는 보조금 없이는 공장 건설 부담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 상무부에 보조금을 신청한 대만 TSMC은 지난해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1공장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미뤘다. 2공장 생산 시점은 2026년에서 2027년 이후로 늦췄다.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규모의 반도체 공장의 가동 시기도 당초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TSMC와 인텔이 보조금을 더 타내기 위해 공장 설립을 지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아직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하지 않았지만 건설 비용에 따른 애로도 보조금을 받기 위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이 급증해서 기업 차원에선 보조금을 더 받아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공장 지연 사례처럼 우리도 이 같은 어려움을 미국 측에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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