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새바람'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3.0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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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 신규 사외이사 추천/그래픽=윤선정주요 금융지주, 신규 사외이사 추천/그래픽=윤선정


주요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 구성이 다양화하고 있다.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교수출신으로 편중된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 영향이다.

신한금융지주는 4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과 신한카드에서 총 9년의 임기를 채운 성재호 이사와 사임의사를 밝힌 이윤재 이사는 퇴임한다.



이날 추천된 최영권 이사는 오랜기간 펀드매니저로 일한 자본시장 전문가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자금운용단장, 하이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송성주 이사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금융공학과 리스크관리를 위한 금융통계를 연구한 전문가다.

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다양성이 강화됐다. 송성주 이사가 추가되면서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여성의 비중은 24.3%(9명)에서 30.8%(12명)로 확대됐다. 우리금융은 여성 사외이사만 2명(이은주 서울대 교수, 박선영 동국대 교수)을 새로 추천했다.



학계를 벗어난 사외이사 선임도 눈에 띈다. 하나금융지주는 여성이 1명 추가됐고 직군도 관료(주영섭 전 관세청장) 회계(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IT(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학계(이재민 서울대 교수) 등으로 다양화했다. KB금융지주는 임기가 만료된 김경호 이사회 의장 대신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추천했다. 한국은행에 입행해 실무경험을 쌓고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력이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금융당국이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하 모범관행)을 도입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모범관행을 확정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이달 중순까지 모범관행의 구체적 이행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사외이사의 교체가 '거수기' 역할탈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사회 활동내역이 공개된 KB·하나·우리금융은 지난해 이사회를 총 40회 열었는데 결의안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사례는 1건도 없다. 그나마 하나금융에서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회의 중 반대사례(부결)가 1건 있었다.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 겸직금지 조항으로 마땅한 사외이사를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없기 때문에 현업 출신보다 학계에서 찾게 된다"며 "한번 선임되면 계속 재선임되는 것도 마땅한 인물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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