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기업 예견된 실적 악화, 옥석가리기 본격화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4.03.04 15:56
글자크기
진단기업 예견된 실적 악화, 옥석가리기 본격화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줄줄이 적자전환했다.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코로나19(COVID-19) 진단 제품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특수가 사라진 이제부터 자체적인 진단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마케팅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진단 기업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 랩지노믹스 (2,715원 ▼25 -0.91%), 휴마시스, 수젠텍 (5,380원 ▼70 -1.28%) 등 국내 주요 진단 기업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진단 기업 대부분이 매출은 줄고 수익성은 악화했다.



국내 대표 진단 기업으로 꼽히는 씨젠 (21,900원 0.00%)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줄고 30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 (10,090원 ▲80 +0.80%) 역시 지난해 2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휴마시스 (1,770원 ▲2 +0.11%)는 지난해 매출액이 138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줄고, 영업손실 48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국내 주요 진단 기업의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전 세계적인 엔데믹에 따라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앞으로 진단 시장에서 기업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코로나19 외 주력 진단 제품의 글로벌 시장 공략 성과에 따라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데믹 때 확보한 탄탄한 자금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씨젠은 호흡기와 소화기, 자궁경부암 등 진단 제품의 공급 확대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 외 진단시약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고무적이란 평가다. 지난 1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바이오 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단 목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글로벌 진단 시장에서 코로나19 외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장 신속분자진단 기기 'M10'을 필두로 진단 토탈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단 전략이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진단 기업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여러 해외법인을 앞세워 글로벌 체외진단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진단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에 따라 국내 진단 기업 대부분이 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렸지만 비코로나19 진단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 비용 효율화, 내부 경영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시기이기도 하다"며 "국내 진단 시장은 규모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동안 확보한 기술력과 해외 시장 유통망, 인지도, 자금력 등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기회를 창출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 간 역량 차이가 명확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