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아파트 샀는데…"조합 가입 어쩌지" 망설이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4.03.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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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잠실진주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사진=김지훈2018년 잠실진주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사진=김지훈


#.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 재건축 추진이 진행중인 아파트를 산 김모씨(33)는 최근 재건축 조합에 가입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 곳곳에서 건설사와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고 과연 재건축 조합에 가입하는 게 이득일지 아닐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만약 진행중인 재건축이 좌초돼 조합이 해산하면 그에 따른 비용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아파트는 시공사 선정을 끝내고 건축 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모씨처럼 재건축 조합 가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라 재건축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조합이 해산됐을 땐 사업이 추진되며 생긴 매몰비용도 나눠 내야 한다.



실제로 서울 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는 공사비 상승 탓에 난항을 겪는 곳이 많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시공단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지난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에 3.3㎡당 823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이는 초기 계약 당시보다 60% 가량 높아진 수치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를 2조6363억원에서 4조775억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조합측은 건설사들이 요구한 공사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정비사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조합원의 분양가도 인상시킨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은 조합에 기존 472만원이던 공사비가 670만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전용 84㎡의 조합원 분양가는 7억7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높아진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해 조합을 해산할 때 조합원이 그간의 사업추진비용을 나눠 내야 한다는 데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원 자체는 조합이 해산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나 분담금 납부의무가 없다. 하지만 조합원 총회에서 정관에 조합원의 의무를 명시하면 조합원도 조합 해산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통상 대부분 정비사업조합은 정관에서 조합원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 여러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하자 정비사업 추진이 주택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기존 공식이 깨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에 공사비 인상으로 현재 사업성을 떠나 사업이 완결을 맺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사업장이 많다"며 "입주민들은 정비사업 추진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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