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3/2024030413263679921_1.jpg/dims/optimize/)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9000여명의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가운데 각 의료기관이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PA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일반의를 고용해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는 식이다. 예비비 지원과 규제 완화 등 정부도 보조를 맞춘다. 의대생·전공의 내부에서도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감지돼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3~4년간 기초·임상 교육을 받는 의사를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전공의는 1만3000여명으로, 전체 의사(14만여명)의 10%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에서 교수(전문의)를 보조해 도제식 교육받으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이탈 시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3/2024030413263679921_2.jpg/dims/optimize/)
PA간호사 숙련도 높아…일반의 채용도 고려그렇다고 전공의·전임의가 없어 응급·중증 환자 치료가 '전면 중단' 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전공의 파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대학병원은 환자 분류를 거쳐 수술 일정을 늦추거나, 병동·응급실 수용 인원을 조절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환자 입장에서 진료 지연은 큰 문제지만, 의학적으로 위중한 환자는 따로 있어 이를 대비해 의료 자원을 확보해두는 것이다. 교수를 포함해 병원에 남은 의사들도 환자 안전을 위해 과중한 업무를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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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행(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 전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암 수술의 경우 응급이 아니라 예정된 수술"이라며 "당장 수술적 처치가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뇌혈관 질환 같은 응급질환은 지금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및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4.3.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3/2024030413263679921_3.jpg/dims/optimize/)
전공의의 빈자리를 대신해 전임의, 일반의를 추가 채용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여러 병원의 판단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총무팀 A씨는 "전공의 월급이 400만~500만원이라고 하는데 간접비 등을 더하면 월 600만~700만원 정도가 투입돼 적지 않은 수준"이라며 "전문의가 아닌 전임의, 일반의를 고용하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고 대형병원에서 환자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의사가 많아 수요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부족한 의사 인력을 추가 채용하거나 교수·전임의가 당직근무를 서는 경우 예비비를 지원할 계획이라 발표하며 병원의 부담이 한층 줄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예비비를 편성한 게 맞고 구체적인 금액과 내역은 이틀 뒤 국무회의가 종료되고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생각" 의대생·전공의도 나와집단행동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는 의대생·전공의도 속속 나오고 있다. 환자를 지키면서 의견을 관철하는 게 모두에게 올바른 행동이라 '공언'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4년 전 의대생 국가고시 집단 거부 사태 때 구성됐던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 모임'의 후신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다생의)'가 대표적이다. 최소 2명 이상의 의대생·전공의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활동하며 집단 휴학과 사직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자신들을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며 "극한의 대립 속에서 각자의 사정과 의견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고, 우리는 그 개개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 모임' SNS에 올라온 글들./사진=인스타그램 캡쳐](https://thumb.mt.co.kr/06/2024/03/2024030413263679921_4.jpg/dims/optimize/)
이어 같은 달 28일 두 번째로 올라온 글에서 자신을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라 소개한 이는 "고된 업무와 제도적 모순 속에서, 불안감만을 가졌던 우리는 파업이라는 극약처방 외의 대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필수·공공·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외에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주문하면서도 "의사들의 단체 행동 vs(대) 강경한 정부의 대결 구도에서 빠져나와야만 보다 나은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며 갈등 봉합을 촉구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린 27일 종로구 서울대의대에서 졸업생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2.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https://thumb.mt.co.kr/06/2024/03/2024030413263679921_5.jpg/dims/optimize/)
의대생의 경우 선배·교수가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집단의 논리'에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게 작성자의 이야기다. 그는 "의대생일 때 의대 내부의 다원성을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이 의사가 되어서 환자 집단의 다원성을 성숙하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의 사태는 의과대학의 교육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의과대학이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시민들과 소통하고 환자의 다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들을 많이 길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