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절단 직전, 국군병원으로…이국종 "환자에 집중하라" 총력[르포]

머니투데이 대전=김인한 기자 2024.03.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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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군병원 12개 개방 2주일째…'응급실 뺑뺑이' 돌던 생명 위급환자, 軍 전문의 협진 수술로 회복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위치한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가 이송용 침대에 실려 앰뷸런스로 옮겨지는 모습. 민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이송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위치한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가 이송용 침대에 실려 앰뷸런스로 옮겨지는 모습. 민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이송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4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앞. 군의관과 간호사들이 응급 치료를 받은 환자 한 명을 침대에 실어 앰뷸런스로 이송했다. 지역 대학병원 전공의 부족으로 국군대전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향하는 환자였다. 군 의료진들은 앰뷸런스가 떠나기 직전까지 환자에게 치료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국군대전병원 관계자는 이날 "군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응급환자 진료는 의료진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면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 병원장 지침에 따라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고 진료내용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를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했다. / 사진=뉴시스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를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했다. / 사진=뉴시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국군대전병원이 진료한 민간인은 총 26명이다. 이들 환자 중에는 골절 등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지역도 충남대병원 168명 등 전공의 총 420명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해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환자 진료가 의료진의 당연한 책무인 만큼 관련 사안을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장은 지난해 12월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임명된 중증외상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를 뛰어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려낸 인물이다.

의료 파업 2주일째, 군 대응은?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위치한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가 도착한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위치한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가 도착한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
국방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개방했다. 장병 의료지원태세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민간인을 진료할 수 있는 '군병원 비상 진료체계'를 운영 중이다. 민간인 응급환자의 군병원 이용이 가능하도록 출입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인 전용 접수창구도 개설했다.

그동안 민간인 총 123명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 등의 응급실을 찾았다. 일부 의료진들은 민간인 환자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장시간 수술에 참여하고 다음날 아침 또다른 환자를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군병원 한 의료진은 "대국민 진료가 시작된 후 민간 환자들이 군병원을 찾으면서 군 의료진 부담도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군 응급실로 내원하는 대다수 민간 환자가 군을 믿고 와주신 분들로 최상의 의료지원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수술 등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양쪽 발목 부러지고 기흉에도 '응급실 뺑뺑이'…군병원서 긴급수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서 의무사령관 및 의무사 예하 군 병원장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군병원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뉴스1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경기도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에서 의무사령관 및 의무사 예하 군 병원장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군병원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실제로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최근 군병원에서 치료한 사례가 적지 않다. 폐에 구멍이 생겨 호흡곤란을 겪었던 10대 '기흉' 환자는 지역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진료가 어렵자 군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흉관 삽관 등의 치료를 받은 후 현재 회복 중이다.

50대 남성은 낙상사고 중 날카롭고 무거운 자재가 함께 떨어져 양쪽 발목이 거의 절단됐다. 하지만 환자가 2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의료진 부족 등으로 수술이 어려워 국군수도병원을 찾았고, 군의관 4명이 무려 10시간 이상 수술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환자는 발가락이 움직이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70대 여성도 계단에서 넘어져 대퇴골과 팔꿈치가 골절돼 대학병원을 찾았으나 수술이 제한돼 군병원으로 전원됐다. 이어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회복 중이다. 80대 남성도 고관절 골절상을 입고 5개 상급병원에 문의했으나 입원이 불가해 군병원을 찾았다. 고령에 기저질환 등으로 마취가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군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편 의료계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내년도부터 의대정원을 현재 대비 2000명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의대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 수준으로 동결돼 왔다. 현재 전공의 등 의사들은 정부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근무지를 이탈하며 의료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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