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4에서 드러난 각국의 6G 전략. /그래픽=김현정
10개국 6G 공동선언문 마련한 미국, 내편 도장찍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4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위로 미국의 무선통신 기업 퀄컴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뉴스1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가진 퀄컴도 미국의 6G 표준화 주도권을 지지했다. 퀄컴은 이번 MWC에서 13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하는 'GIGA MIMO'(기가 마이모) 장비를 선보였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미국이 6G 후보 주파수로 밀고 있지만 도달 거리가 짧다고 알려진 중고대역 주파수(12.7GHz~13.25GHz)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 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가 플래그십 모델에 퀄컴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퀄컴이 자사의 높은 영향력을 기반으로 미국의 6G 표준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6G에 앞서 5.5G" 주창한 중국, 은근히 중국 손잡는 유럽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4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 그란 비아 전시장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리펑(Li Peng) 화웨이 ICT 세일즈 및 서비스 부문 사장은 "현재 글로벌 모바일 가입자 중 20%가 5G이며 이들은 전체 트래픽의 30%, 수익의 40%를 차지한다"며 늘어나는 6G로 가기 전 5G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5.5G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펑 사장은 "5.5G는 2024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며 "전 세계 통신사는 5.5G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윤홍주 화웨이 이사는 "5.5G는 이론적으로 5G보다 10배 빠르다(10Gbps)"며 "현재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5.5G)가 실제 상용화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ZTE·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5.5G 기술을 적용한 근미래 서비스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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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텔레콤(독일), 텔레포니카(스페인) 보다폰(영국) 등은 "(AI 등에서) 미국에 뒤처진 유럽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유럽 통신사가 앞장서야 한다"며 "통신사 경쟁력 강화와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세대 ICT 시장에 있어 경쟁자가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유럽 통신사들이 중심에 있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회의에서도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분담 문제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견제했다. 신동형 알서포트 이사는 "유럽은 호라이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G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억5000만유로(약 3600억원)를 투입해 5.5G·6G 아키텍처·6G 구성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보다폰이 MWC 2024에서 5G 및 통신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
미국 손 잡은 한국…중국 기업에도 기웃
MWC 2024에서 AI(인공지능) 기반 6G 시뮬레이터를 전시한 SK텔레콤. /사진=배한님 기자
반면 일부에서는 중국 기업과의 만남을 지속하는 모습도 보였다. 황현식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 대표는 직접 차이나모바일 부스를 방문해 6G와 자체 LLM(초거대 언어모델)을 시연했고, 김영섭 KT (34,500원 ▲400 +1.17%)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차이나모바일과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재홍 가천대 교수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같은 기업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다고 하지만, 훨씬 싼 가격에 성능까지 좋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은 (미국의 압박에) 텔레포니카처럼 직접 장비 채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전략이나 기술을 보고 교류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