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집어삼킨 화마…'역대 최장 산불' 원인 여전히 '미궁'[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4.03.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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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 삼척까지 번졌다. /2022.03.04. /사진=뉴스1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 삼척까지 번졌다. /2022.03.04. /사진=뉴스1


2022년 3월 4일 오전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산불은 빠른 속도로 확산했고, 소방 당국은 약 30분 후인 오전 11시52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북면 4개 마을 주민 등 3900여명을 대피시켰다.

화마는 소방·산림 당국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오후를 기점으로 산림청은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소방청도 전국 소방 동원령 2호를 발령해 대한민국의 소방력을 울진 산불에 집중했다.



역부족이었다. 산불은 무서운 속도로 번져 나가 강원 삼척시로 번졌다. 삼척 LNG 생산기지 인근까지 침범했고, 정부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울진·삼척 산불은 약 열흘 동안 무자비하게 산림을 소실시켰다. 불길은 발생 10일 차인 3월 13일 돼서야 진압됐다. 이 산불은 무려 213시간 43분 동안 이어졌고, 이는 국내 산불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다. 다행히 이 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2022.3.4. /사진=뉴스1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2022.3.4. /사진=뉴스1
산림청에 따르면 울진·삼척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울진 1만8463㏊, 삼척 2460㏊ 등 모두 2만923㏊다.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은 276세대 438명이었고, 일시 대피자도 40세대 48명 발생했다. 이들은 피해 복구 전까지 임시주거시설과 임시조립주택 등에서 생활했다.

산불에 소실된 주택은 약 320채였다. 농·축산시설 130여개소, 공장 및 창고 150여개소 등 640여개에 달하는 시설이 불에 탔다. 또 농기계 1300여대, 가축 420여두, 농작물 11.5㏊ 등도 소실됐다. 산불로 인한 전체 피해액은 약 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은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화재 진압 후 산림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경찰 등은 산불 원인 조사에 착수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다만 산림 당국은 산불이 도로변에서 최초 발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화재 원인이 '담뱃불 실화'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병암 당시 산림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울진 산불은 두천리 길가에서 발화했기 때문에 담뱃불 실화나 불씨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련 당국은 산불 발화 직전 발화점 인근 도로를 지난 차량 4대를 용의자로 보고,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아 운전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차량 블랙박스까지 확보해 분석을 진행했다. 하지만 끝내 운전자들과 산불 발화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3.4/뉴스1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3.4/뉴스1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울진·삼척 산불로 망가진 산림생태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산림청은 3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7년까지 피해지역 내 4789㏊ 면적의 숲을 복원하는 작업에 나선다.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불 피해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주민들의 트라우마 극복 및 훼손된 경관 개선 등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또 국민이 산림생태 복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산불 피해의 실상을 체험하고, 산림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민 참여형 기부자의 숲'도 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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