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이어 '넥스트 레벨' 노리는 SKIET…북미가 '약속의 땅'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3.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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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ET 분리막 생산능력/그래픽=임종철SKIET 분리막 생산능력/그래픽=임종철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올해를 기점으로 사업의 '레벨 업'을 노린다. 북미 발 훈풍이라는 호재 속에 생산능력의 고도화, 거래처 다변화 등의 과제를 달성한단 목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IET의 현재 리튬이온전지(LiBS) 분리막 생산능력은 연 15억3000만㎡다. 국내 증평 및 청주(5억2000만㎡), 중국 창저우(6억7000만㎡), 폴란드 실롱스크(3억4000만㎡) 등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실롱스크 공장의 증설이 순차적으로 완료된다. 올해 3억4000만㎡, 내년 8억6000만㎡ 규모를 추가할 예정이다.



SKIET는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실적개선을 노리고 있다. SKIET는 지난해 영업이익 32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바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 폴란드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실적의 양적 증가 역시 따라올 수 있다.

무엇보다 기대를 거는 곳은 북미다. SKIET는 최근 투자설명서를 통해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중 배터리 부품 요건인 '현지 생산'을 충족하기 위하여 북미 생산설비 투자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위해 북미 생산라인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SKIET 폴란드 분리막 제 1공장 /사진=SKIETSKIET 폴란드 분리막 제 1공장 /사진=SKIET
특히 IRA 상 FEOC(해외우려집단)에 '중국'이 포함된 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분리막 1위는 중국의 상해은첩(SEMCORP)으로 생산능력은 연 56억7000만㎡에 달한다. 이외에도 시노마(Sinoma, 18억4800만㎡)·시니어(Senior, 16억1500㎡) 등 중국 기업들이 경쟁자로 존재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 기업들이 FEOC로 인해 북미에서 사실상 사업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산 분리막을 쓴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1일부터 분리막을 FEOC로부터 조달 시 보조금 수령 불가"라며 "한국 분리막 기업의 북미 향 중장기 공급 계약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IET 입장에서는 전기차 업황 부진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과 질적으로 사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70~80%에 달하는 SK온 납품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처 다양화를 달성할 수 있다.

최근 류진숙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키로 한 것 역시 이런 시장 상황에 보다 빨리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SK온에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던 인물로,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긴 후 SK㈜의 그린 TF(태스크포스) 리더를 맡아 그룹의 친환경 사업 합리화에 나서고 있다. 류 부사장은 SKIET의 북미 시장 진출 전략 수립 과정 등에도 참여할 게 유력하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KIET는 선제 투자했던 폴란드 공장의 잉여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북미 물량 대응에 나서고, 향후 사업성이 확인되면 북미 현지 투자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북미 수요는 단기적으로 유럽 공장의 가동률 개선으로 이어지고,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재개할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진숙 SK이노베이션 부사장류진숙 SK이노베이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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