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삼성'에 새 기회?…'TSMC 리스크' 대체재 찾는 빅테크 CEO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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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


주요 고객사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급처 다각화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새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는 대만 TSMC의 대체재를 찾으려는 수요와,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급증한 수요가 주문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높은 최선단(첨단) 공정 투자와 여러 사업을 아우르는 경쟁력 강화로 올해를 반등 시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TSMC 파운드리 물량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메타의 수장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TSMC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언급했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최고경영자)도 한국을 찾아 이재용 회장과 AI 반도체 협업을 논의했으며,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도 한국서 삼성을 만났다.



고객사들과 삼성의 잇단 회동은 TSMC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TSMC의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과반이 넘는 50%~60% 정도다. 그러나 양안관계 악화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가격 인상 요구 등으로 고객사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 '몰아주기'는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13~15%의 점유율로 글로벌 2위인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은 턴키(일괄공급) 경쟁력이다. 파운드리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 자체 설계는 물론 패키징(후공정) 역량까지 모두 갖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 AGI(범용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을 신설했다. 고객사가 빠른 생산을 위해 AI 반도체 IP(설계 자산)를 가진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는 고객사도 속속 나온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전문회사인 레드햇은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메모리 시장 공략을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고,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Arm도 삼성의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을 활용한 협업에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도 "이러한 파트너십으로 AI, 메모리 등 새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TSMC에 이어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1.4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을 2027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목표 시기와 같은 해다.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은 없으나, 파운드리 사업의 자국화를 원하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단숨에 수주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칩 초기 물량을 맡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는 최선단 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려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반도체기업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의 해"라며 "2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GAA 기반 기술을 고도화하고, 대량 수주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로 시장점유율을 올려야 사업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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