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나도 배당금 더 못 준다(?)…금융주 투자 망설이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김도엽 기자, 이창섭 기자 2024.03.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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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융주 디스카운트, 해결책은(下)

편집자주 금융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주식이다. 은행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자본시장에서 금융지주는 대접을 못 받았다. 이자장사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로는 배당 확대의 한계가 뚜렷하다. 새 회계제도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보험권에선 배당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금융을 공공재로 보는 당국의 이중적 시선도 문제다. 디스카운트된 금융주 해결책을 찾아봤다.

2만6750원→8만3100원…'주가 재평가' 메리츠금융, 비결은?
④은행주보다 비싼 메리츠금융, 적극적 주주환원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


메리츠금융지주 (80,900원 ▼400 -0.49%)가 금융주 디스카운트(저평가)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차별화한 사업구조와 주주환원 정책 덕분이다. IB(투자은행)와 자산운용 중심의 사업구조로 실적이 매년 꾸준한 성장세다. 배당성향 50%와 자사주 100% 소각 등 주주환원도 눈길을 끈다. 정부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기조에 맞춰 추가적인 주주환원 가능성이 거론되며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메리츠금융지주는 8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61% 상승했고 자회사 편입과 주주환원 강화를 발표한 2022년 11월21일을 기준 보면 상승률은 210.65%다. 1년여 동안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시가총액은 16조9000억원으로 최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하나인 하나금융지주(16조5470억원)를 제쳤다. 우리금융지주(11조2040억원)에는 한참 앞섰고 KB금융(25조6230억원)과 신한지주(22조3310억원)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삼성생명(19조3800억원)과도 차이가 크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메리츠금융의 탄탄한 실적과 주주친화 정책이 주목을 받으며 기업가치도 재평가 받는 것으로 본다. 메리츠금융은 은행 계열사는 없지만 화재, 증권, 캐피탈, 대체투자운용 등에서 고르게 실적을 내며 매년 꾸준한 성장세다. 이자 장사, 수수료 장사보다는 자체적인 딜(거래) 발굴과 적극적인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낸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일반적인 국내 증권사들과는 다른 사업구조로 주목 받는다. 국내 증권사 수익의 상당수는 브로커리지(주식 매매 수수료)에서 나오는데 메리츠증권의 브로커리지 비중은 5%대 이하다. 대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나 메자닌(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 트레이딩(자산운용)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으면 증시 호황과 침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진다. 2022년 역대급 증시 침체에 대부분 증권사 실적이 반토막 난 것과는 달리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실적이 성장하며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충당금 반영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33% 감소한 8813억원을 기록했지만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이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메리츠증권 사옥메리츠증권 사옥
주주환원 정책도 눈길을 끈다. 메리츠금융은 정부가 주주환원을 강조하기 이전부터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2022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33억원을 기록한 메리츠금융은 약속대로 그 절반인 1조833억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6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배당은 4483억원을 지급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입한 5602억원의 자사주는 전량 소각했다.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도 나온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실적발표회에서 "PER(주가순자산비율)이 10배 이하일 때는 자사주 매입이 현금배당보다 유리하다"며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기 때문에 주식의 저평가가 깊게 지속될 경우 (주주환원율) 50%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이상의 자사주 매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소 PER 10배까지는 현금배당보다 자사주가 유리한 점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주주환원(연결 순이익의 50%)의 절반 이상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PER 10배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11만원으로 상향했다.

"수익 늘려도 배당 더 못해"…'오락가락' 정책, 금융 디스카운트 키웠다
⑤배당 강조하면서 배당 여력 줄이는 '관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 사진=뉴시스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 사진=뉴시스
"금융주에 한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금융당국이다. 예전부터 국내 금융사 PBR이 낮았던 것은 '한국 금융사들은 수익을 내도 주주에게 환원할 수 없다'는 컨센서스(시장 합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도 수익이 10% 더 나면 10% 더 배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주 디스카운트(저평가)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한 금융지주 IR 담당자가 전한 말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주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을 꼽는다. 국내 금융사들의 주가가 자산 대비 주가가 낮은 디스카운트의 굴레를 진 이유가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0.33~0.44배에 형성돼있다. 한국과 비교되는 일본 주요 은행들 PBR이 0.8배 수준이고, 미국 JP모건의 PBR이 1.62배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저PBR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대표적인 저PBR 기업인 금융권에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을 통한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을 모은다. 앞서 지난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일본은 2021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취임한 후 꾸준히 관련된 정책을 내놓았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금융시장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불신을 심화시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하면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만에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대감이 꺾였다. 지난해말 은행권이 당국 압박에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그만큼 배당 여력도 줄었다.

한 대형금융사 IR담당 임원은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소극적인 주주환원과 은행을 바라보는 공공재적 시각"이라며 "미국 은행의 주주환원율은 100%에 이르고, 미국이든 일본이든 우리처럼 은행에 2조원을 걷어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도 디스카운트된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기업들이 함께 개선해나간다면 리레이팅(재평가)되는 구간에 진입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 일관성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건전성을 조금더 신경써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중장기적으론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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