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금융주 급락…"당첨되면 20억 벌어" 이 곳 몰려갔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남이 기자, 배규민 기자 2024.03.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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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융주 디스카운트, 해결책은(上)

편집자주 금융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주식이다. 은행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자본시장에서 금융지주는 대접을 못 받았다. 이자장사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로는 배당 확대의 한계가 뚜렷하다. 새 회계제도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보험권에선 배당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금융을 공공재로 보는 당국의 이중적 시선도 문제다. 디스카운트된 금융주 해결책을 찾아봤다.

"한방 없는 밸류업 실망"…금융주 팔고 강남아파트 '줍줍'한 국민들
①금융보다 부동산 투자하는 나라

'저PBR' 금융주 급락…"당첨되면 20억 벌어" 이 곳 몰려갔다


'저PBR' 금융주 급락…"당첨되면 20억 벌어" 이 곳 몰려갔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전국민의 관심은 '디퍼아'(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줍줍 청약(무순위 청약)에 쏠렸다.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 최대 2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 100만명 넘는 국민이 청약에 나섰다. 반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1% 가까이 하락했고 특히 시가총액 상위권인 금융주는 줄줄이 급락했다. 밸류업 정책의 대표 수혜주인 금융주보다는 부동산에 관한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하루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 (73,700원 ▲1,400 +1.94%)지주 주가는 5.02%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 (58,000원 ▲1,000 +1.75%)도 5.94% 떨어졌다. 신한지주 (46,450원 ▲650 +1.42%)우리금융지주 (14,130원 ▲150 +1.07%) 주가도 각각 4.50%, 1.95% 밀렸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 종목이다. 정부가 한국 주식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금융주 주가가 일시적으로 탄력을 받았으나 발표 당일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 줍줍 청약이 있었다. 4년 전 분양가로 공급돼 당첨만 되면 최대 20억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단 3채 청약에 무려 101만3451명이 몰렸다.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서울 여의도 '금융맨'들에게도 이날 최대 화제는 '밸류업'이 아니라 '줍줍' 청약이었다.



금융 투자를 통한 자산형성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한 밸류업 정책에도 힘을 실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정반대로 표출된 셈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과거 30년 기준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금융상품과 주식을 포함한 금융 투자 수익률이 부동산 수익률을 뛰어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 반대"라며 "특히 금융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PBR, 배당성향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PBR' 금융주 급락…"당첨되면 20억 벌어" 이 곳 몰려갔다
최근 금융권의 최대 이슈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총 판매규모가 19조원, 투자자는 40만명에 달한다. 금융투자 상품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투자 수요가 작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옵션매도에 기반한 ELS는 국민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은행주에 투자하면 실물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외국인 지분율도 낮출 수 있다"며 "ELS가 아닌 금융주에 투자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주가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배당주로 자리잡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자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의 정책 변수, 대출의 급격한 확장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확대 등을 금융주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당 시즌이 지나면 추가적인 이득을 얻기 힘든데 우리도 1년에 한번 배당보다는 다양한 분기 배당이나 기준 배당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기업이 배당의 자율화, 주주 환원 정책이나 수단의 다양화를 할수 있게 방향성을 갖고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토막' 난 ELS 말고 은행주 샀다면…" 금융주 외면 받는 이유
②이자이익 치중·정책 리스크, 금융주 '발목'

주요 금융주 시가총액 순위/그래픽=조수아주요 금융주 시가총액 순위/그래픽=조수아
#2021년 2월26일 발행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두는 ELS(주가연계증권)인 A상품은 특정조건을 충족하면 연 5.08%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판매됐다. 당시 은행 1년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0.94%. 투자자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상품설명서에 나온 손실 확률은 7.34%였다. 하지만 지난 28일 A상품은 투자금이 반토막(손실률 50.8%) 난 채로 상환됐다. 차라리 3년 전 금융주를 샀다면 어땠을까.

결론부터 보자면 금융주를 샀다면 정반대의 결과다. 2021년 2월26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주를 사서 지난달 28일 매도했다면 3년간 평균 43.5%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특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년 사이 주가가 5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이는 올해 들어 금융주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매수와 매도 시점을 석 달 앞당기면 4대 금융주의 평균 수익은 14.1%로 연 4.7% 수준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과 비교해 평균 37.8% 늘었다.

금융주가 '밸류 트랩(value trap·가치함정)'에 빠졌다.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PBR은 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1 미만이면 자본시장에서 회사의 가치가 회사 가진 자산만큼도 안 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금융지주는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4대 금융주의 PBR은 0.35~0.43배 수준(지난해 9월 말 기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말 평균 0.58배) 보다 낮다.

◇이자장사 편중된 금융주, 불확실한 금융정책...주가상승 발목 잡는다

5대 은행 이자이익 변화 /그래픽=조수아5대 은행 이자이익 변화 /그래픽=조수아
금융주의 저평가 원인으로는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 △이자이익에 편중된 사업구조 △금융정책의 불확실성 △핀테크·빅테크와 경쟁 심화 등이 꼽힌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지주는 최근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은 주주환원율을 33~37.5%까지 끌어올렸다. 2023년도 결산 배당에만 1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연결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메리츠금융과 비교된다. 메리츠금융은 순이익 2조1333억원의 절반인 1조833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6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은 4483억원을 지급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메리츠금융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84.7% 상승했다. PBR은 1.7배로 주요 금융지주의 4배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16조9002억원으로 하나금융(16조5474억원)과 우리금융(11조2040억원)을 넘어섰다.

이자이익에 편중된 사업구조도 주가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 비중은 평균 81.5%에 이른다. 미국 주요 5대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65.8%(2022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자본금을 더 쌓아야 한다. 배당을 과감하게 늘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대출 위주의 영업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금·거래 수수료가 거의 없는 국내 금융환경의 특수성도 있다. 국민의 금융 편의성을 위해 ATM(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 등 각종 서비스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 중이고, 계좌유지 수수료·조기 인출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도 없다. 금융당국이 규제개혁을 통해 비금융사업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은행이 높은 이자를 받으면 안 된다"는 차가운 시선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최근 4대 시중은행은 롯데건설에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공동대출을 해 주면서 연 4~8% 수준의 이자를 받기로 했다. 이는 1년 전 비슷한 조건으로 연 12%대의 이를 받은 메리츠증권과 대비되는 조건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개입도 밸류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은행권은 최근 순이익의 10%에 달하는 2조1000억원 규모를 민생금융으로 내놨다. 순이익이 줄어든 만큼 주주환원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LS 손실배상도 배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걱정으로 은행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상품도 저위험 상품 위주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을 많이 내는 만큼 사회환원이 많아지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시장 가치를 높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믿을수 없는' 사상최대 이익 보험업계 "배당 빼먹기가 밸류업인가"
③회계기준 덕분에 늘어난 보험사 순익, 배당 '독' 될수도

'저PBR' 금융주 급락…"당첨되면 20억 벌어" 이 곳 몰려갔다
기업 밸류업 정책에 따라 기업의 배당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본력을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배당'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사상최대 이익을 기록한 보험업계는 과도한 배당이 향후 건전성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화생명의 '빛바랜' 배당재개…배당가능이익 빅3 최저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빅3'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삼성생명 1조3829억원 △한화생명 6163억원 △교보생명 4891억원 순이다.

빅3 가운데 한화생명이 주당 150원, 총 1127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먼저 결정했다. 3년만에 배당을 재개한 것이다. 배당성향(이익 대비 배당비중)은 18% 수준으로 크지 않다. 배당을 할 수 있는 재원인 배당가능이익이 2000억원 수준이어서다. 반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배당가능이익은 9조5000억원, 5조원에 이른다.

한화생명의 배당가능이익이 적은 건 지난해 IFRS17 도입에 따라 총 2조5048억원의 해약환급준비금을 쌓아야 해서다. 이는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할 해약환급금이 IFRS17 기준 시가평가한 준비금보다 작은 경우 별도로 쌓아둬야 하는 돈이다. 이익잉여금에는 포함되나 배당 재원에서는 제외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해약환급준비금이 아예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단기납 종신보험 등 특정상품군을 집중 팔면서 겉으로 보이는 CSM(계약서비스마진)과 이익 규모는 확 늘었지만 해약환급준비금을 제외한 실질 CSM은 높지 않다"며 "내부 유보도 많이 해 놓지 않아 배당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재무적 투자자인(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 제안권을 행사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향후 10년간 배당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된 회사다. 지난해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도입할 당시 갑작스러운 자본 부담을 덜기 위해 당국에 10년의 규제 유예조치를 신청했다. 제도 변화로 인한 부담은 덜었지만 감독규정상 직전 5년 평균 배당성향의 절반(50%) 이내로만 배당을 해야 한다. 이같은 유예 조치는 11개 보험회사에 적용 중이다.

과도한 자본유출로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당국의 선제 조치지만 단기 이익을 실현하려는 FI가 50% 이상의 배당성향을 요구해 향후 갈등이 표면화할 전망이다.

'저PBR' 금융주 급락…"당첨되면 20억 벌어" 이 곳 몰려갔다
◇회계상 이익 외부 유출땐 '독' 될 수도

메리츠화재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이익 1조5748억원을 기록해 1위인 삼성화재 1조7554억원을 바짝 추격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의 이익 성장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 순익 가운데 58%인 9132억원은 예실차 효과로 분석된다. 예실차는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는 예정보험금에서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을 뺀 금액이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지난해부터 예실차가 발생하면 순이익에 반영할 수 있다. 반면 삼성화재 순이익 중 예실차 비중은 12.8%(226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도입한 IFRS17 효과에 따라 보험회사들의 순이익은 급증했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은 향후 5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계상 이익에 기반해 배당을 확대할 게 아니라 진정한 이익에 기반한 '기업 밸류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실차를 통해 순익을 늘리고, 이에 연동해 배당금을 확대하는 것은 진정한 주주환원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새 회계제도 도입 1년만에 예실차를 바탕으로 이익을 외부에 유출하면 향후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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