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이 지난달 26일 불펜 투구를 실시하고 있다.
한화 류현진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돌아온 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아직 타자를 상대하지 않았음에도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절차대로'다.
류현진은 2일 오전 한화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의 고친다 구장에서 입단 후 첫 라이브 피칭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류현진은 두 차례 불펜 투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초 류현진은 1일에 라이브 피칭이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중북부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남쪽에 있는 한화의 캠프지에도 조금씩 비가 왔다. 이어 날이 바뀌고 하늘이 흐려지면서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투구를 마치기 위해 시간을 앞으로 당겼지만, 여전히 그라운드 정비가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외야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면서 예열에 들어갔다.
한화 류현진이 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비를 바라보며 앉아있다.
류현진의 라이브 피칭 여부가 중요한 것은 개막전 출전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일찌감치 류현진을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KBO 리그 개막전 선발투수로 내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최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재진을 향해 "팀에서 회의한 끝에 류현진의 훈련 일정을 개막전에 맞춰놨다"며 "몸 상태와 날씨 등 큰 변수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면 류현진은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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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투구와 라이브 피칭 일정 등도 이에 맞춰 다 계획이 짜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루 이틀 이상 차이가 난다면 실전 등판을 위한 투구의 양 자체가 부족해진다. 류현진은 2월 중순까지 개인 훈련으로 겨울을 보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내일(2일) 못하면 개막 일정을 그대로 하기 애매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통합 우승팀이자 한화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한화는 LG를 만나 26승 52패 1무로 절대열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6승 9패 1무로 약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등판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 LG를 상대로 22승 8패, 평균자책점(ERA)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데뷔 첫 승리(2006년 4월 12일 7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 KBO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2010년 5월 11일 9이닝 17탈삼진 1실점) 경기 등 LG를 상대로 임팩트 있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했다.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다. LG 염경엽(56) 감독은 "우리가 계산한 것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한화는 4강은 물론, 우승 후보로도 볼 수 있다. 우리와 KT, KIA, 그리고 한화까지 네 팀 중 변수들을 잘 해결하면서 나가는 팀이 1등을 할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전체적인 구성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어떤 부상이나 슬럼프 등의 변수를 잘 헤쳐 나가는 팀이 1등을 차지할 것이다. 야구는 모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 류현진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그만큼 한화는 '귀한 몸' 류현진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시즌을 길게 보면서 류현진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입할 수 있게끔 일정을 짜고 있다. 만약 2일도 비가 온다면 류현진의 개막전 등판이 밀리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게 된다면 한화는 오키나와에서 하루의 일정(3일 KT전)이 남는데, 이날 한다고 해도 일정상 등판이 어려워진다.
최원호 감독은 앞서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하는 연습경기에서는 등판하지 않을 것"이라며 "3월 9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 때에는 2경기 정도 등판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나타냈다.
그래도 한화와 류현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오키나와에는 라이브 피칭 예정 시간에는 비가 잦아들 예정이다. 오키나와 남부 지역은 전날 밤 많은 비가 쏟아지며 우려를 자아냈지만, 기상예보 상으로는 오전 8시 이후로는 비가 그친다고 나와 있다. 그라운드 정비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류현진이 이번 캠프에서 실제로 타자를 세워놓고 처음으로 투구를 펼치게 된다.
한화 류현진이 지난달 26일 불펜투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클래스' 있는 류현진의 합류는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채은성은 "현진이 형이 와서 분위기는 당연히 달라졌다. 또 형이 오면서 어린 친구들도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됐고, 팀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진이 형이 무조건 잘한다는 그런 것보다도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 잘해줘야 한다. 현진이 형만 바라볼 게 아니다"며 원래 있던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부담은 없다. 다 좋아했고, 현진이 형도 워낙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성격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 진출 전 한화에서 뛰던 류현진.
류현진은 3번째 도전인 2009년 4월 4일 문학 SK전에서야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그는 5⅓이닝 2실점으로 통산 50승째를 달성했다. 하지만 1년을 건너뛰고 나온 2011년 개막전(4월 4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4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난 같은 상대에게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비교적 잘 던졌으나 두 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에도 LA 다저스 시절인 2019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인 2020~2021년 등 3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도 2001~2002년 박찬호 이후 처음이고, 3연속은 당연히 최초였다.
류현진은 지난달 23일 출국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 목표로 "일단 포스트시즌엔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첫 번째이고 고참급 베테랑 선수들도 많이 영입됐고 FA 선수들도 작년, 올해 많이 영입하면서 신구 조화가 좀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작년에 좋은 모습 보이면서 올 시즌에 더 좋은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포스트시즌을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화 류현진이 불펜투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