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PD·작가 "외설적 소재? 결국은 사람 이야기"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3.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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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인물'은 음지에 있던 성과 성인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프로그램이다. 그 전에도 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많이 있었지만, '성+인물' 만큼 적나라하게 그것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누군가는 이를 보며 외설적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성+인물'의 제작진은 "성을 매개로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지난 20일 공개된 시즌3는 네덜란드, 독일로 향한 두 MC의 모습이 그려졌다. '성+인물'의 김인식 PD와 윤신혜 작가는 2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공개 이후 '성+인물'은 넷플릭스 톱10 TV 부문 대한민국 2위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 PD와 윤 작가는 많은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시즌3까지 촬영하고 편집했기 때문에 이제는 수월할 줄 알았는데 유럽이 생각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우리와 문화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걱정이 컸어요. 우리와 더 다른 문화권을 다루는 것도 시청자분들이 즐겁게 시청해 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었어요. 저희가 개선하려고 했던 점이 수치로 보여지는 것 같아 뿌듯해요"(김인식 PD, 이하 김)



"저희가 시즌3까지 올 수 있던 동력은 시청자분들의 피드백과 리뷰였어요. 그걸 반영하려고 했는데 순위를 보니 그걸 알아봐 주신 것 같아 기뻐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TOP 10에 올라가 있다는 게 감사해요."(윤신혜 작가, 이하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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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신동엽과 성시경은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를 시작으로 독일의 혼탕, 나체주의자 공원, BDSM 스튜디오, 여성 자위 기구 회사, 폴리아모리(다자간연애) 가족들과의 만남 등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체험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건 제작진의 철저한 사전 답사 덕분이었다.


"문화의 간극이 물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멀어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는 MC분들이 직접 체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신동엽 씨 말처럼 그분들에게도 무서운 일이기 때문에 MC분들이 했던 걸 저희가 다 미리 했어요. BDSM 체험을 예로 들면 강도를 잘 조절해야 체험하는 MC, 보시는 분 모두 불편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맞으면서 수위도 조절했어요. 혼탕 역시 촬영을 결심하고 다양한 혼탕을 돌아봤어요. 저희도 직접 경험해보면서 알게 된 사실도 많아요." (김)

"혼탕을 답사할 때, 차마 같이 들어가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여자 스태프들은 여자 스태프끼리, 남자 스태프는 남자 스태프끼리 같은 코스를 시간 차이를 두고 체험했어요. 그러다가 사고로 인해 같은 시간에 갈 뻔했는데 다행히 같이 가지는 않았어요."(윤)

'성+인물'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성시경과 신동엽의 존재감 때문이다. 다만, 성시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은퇴도 생각하고 있다. 자꾸 야한 거 하자고 해서 미치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성시경은 은퇴를 언급했지만, 제작진은 아직 두 사람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두 분의 19금 토크 원조는 '마녀사냥'이잖아요. 그때부터 보여준 합과 노하우,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보여주는 모습은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하는 사람으로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성+인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두 분이 가장 솔직해서 좋은 것 같아요. 피드백을 찾다 보면 '저게 진짜냐 가짜냐' 하는 질문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사전에 조율을 하긴 하지만, 결국 MC분들이 그들과 만나서 보여주는 리액션은 모두 진짜거든요. 있어 보이는 척을 하지도 않고 당황하면 당황하는 대로, 웃기면 웃기는 대로 표현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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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은 성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수위에 있어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각자가 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성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많은 피드백을 받은 부분이자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각자가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게 다르더라고요. 어디에 초점을 맞출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누군가는 예능의 소재로 성을 다루는 걸 불편해하고 반대로 성을 엄숙하게만 생각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도 계시니까요. 너무 가볍게 여기지도 않고, 너무 무겁게 다루지도 않으면서 문화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김)

"성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에 제가 하던 프로그램과 결은 같은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는 소재지만, 결국 그 안에 대한 사람과 철학을 다루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인물'은 성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합법인 경우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시즌1에서는 AV배우가 그랬고 이번 시즌에는 홍등가의 섹스워커가 대표적이다. 제작진이 내린 결론은 이 고민까지 녹여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성+인물'의 기획 의도인 그 나라의 고유한 성인문화를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법이 다른 어떤 것을 다루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네덜란드의 법과 문화, 기준에 맞춰 보여주면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추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는 달라지게 되고요. 그래서 그 고민까지 녹여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가면 할 법한 이야기,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줄 법한 이야기,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 공직자의 이야기까지 모든 걸 펼쳐 놓고 싶었어요. 섹스워커라는 단어를 그대로 내보낸 것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인데 함부로 번역을 해서 이게 합법적인 직업처럼 보여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에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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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성+인물'은 외설적이지 않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여러 체험을 하는 신동엽, 성시경의 모습은 단순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또 그 문화 안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다.

"저희가 선정적인 것과 예능이 지녀야 하는 가치를 줄타기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고민이 많았을텐데 그렇지 않거든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길 원하는 시청자들도 초기에 빠지더라고요. 애초에 외설적일 수 없고 그런 가치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성을 다루기 때문에 그런걸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고 성이라는 소재의 한계라고도 생각하는데 저희는 결국 문화에 초점을 맞췄어요." (김)

단순히 자극을 추구했더라면 '성+인물'이 세 번째 시즌까지 제작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제작진은 첫 시즌과 세 번째 시즌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달라진 반응을 이야기하며 '점점 성이라는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유의미한 변화'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지난해 4월 첫 시즌이 공개됐을 때, '이 자체가 옳은가'에 대한 논쟁도 많았던 것 같아요. 'OTT라고 모든 게 가능한 건 아니다'라는 반대 의견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피드백을 찾아보지 못했어요.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분들이 '성+인물'을 시청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이라는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성+인물'이 만들어낸 유의미한 변화 같아요."

시즌3은 새로운 시즌을 암시하는 두 MC의 대사로 마무리됐다. 이에 시즌4 제작이 확정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이는 단순한 제작진의 바람이었다. 다만, 제작진은 새롭게 시즌을 제작할 수 있다면 할 이야기는 많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 단계에서는 결과를 알 수 없어 저희의 바람을 담았어요. 시청자분들께서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이 이후가 있다면 어디일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세 시즌을 거치면서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다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않을까 싶어요."(김)

"네덜란드, 독일뿐만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과 미국에 대한 조사도 많이 했어요. 저희가 회의를 하는 도중에 '그럼 한국의 성 문화는 어디쯤 왔을까'라는 의견도 나오기도 했어요. 다양한 의견을 내고 계신 것 같은데 그걸 모은다면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해봤어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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