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유태오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3월 6일 개봉하는 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로 전 세계 영화계를 휩쓸고 화려하게 컴백, 마침내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 CJ ENM과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 투자배급했다. 송강호 주연작 '넘버3'(1997)의 송능한 감독 딸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태오가 남주인공 해성 캐릭터로 호연을 펼치며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았다. 한국 배우 최초로 지난 1월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등극하기까지.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브래들리 쿠퍼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해외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도약을 일군 만큼,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정말 실감이 안 났다. 저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 더 '어?'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상식 당일 아침 매니저가 소감을 준비했냐고 묻더라. 절대 그런 생각을 안 해봐서 '설마' 싶었다. 한 번 의식을 하고 나니까 두 시간 동안 제 차례가 올 때까지 너무 긴장이 되고 머릿속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하지?' 계속 그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결국 킬리언 머피가 호명이 되며 안심이 됐다. 저보다 20년 넘게 앞서간 존경하는 선배님이시고, 또 제가 팬으로서 그분의 모든 작품을 공부했기에 킬리언 머피가 수상하게 되어 정말 좋았다. 제가 상을 타진 못했지만 이건 컴페티션(competition, 경쟁)이 아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유태오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킬리언 머피에게 직접 다가가 '당신의 연기에 대한 1호 학생이다' 그런 말을 전했다. 용기를 내서 인사를 건넨 것이었는데 킬리언 머피가 고맙게도 저를 포옹해 주셨다. 그 덕분에 따뜻한 온도를 경험했다"라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도 소개해 주셨다. 제가 못 만났다고 하니까 손을 딱 잡고 감독님 앞에 딱 데려가주신 거다. 놀란 감독님이 이미 우리 영화를 봤다는 얘기는 들어서 저도 팬이라고, 전작들을 다 봤다는 말씀을 드렸다. 나중에 한국 배우 필요하시면 불러달라고도 했는데, 놀란 감독님이 씩 웃으시면서 연기하는 거 봤으니 걱정 말라는 한마디를 해주시더라"라고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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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는 "내 인생을 바꾼 영화"라고 남다르게 표현했다. 그는 "제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고 있었다. 근데 이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거 같다. 관객들,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제가 느낀 마음을 똑같이 느낀다면 이후에 제 커리어가 세계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미국 작품 오디션을 위해 열심히 테이프를 찍고 미팅을 보러 다니고 있지만 변한 점은 50%가 넘게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는 거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감사한 상황이 생긴 거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기점이 되어 달라졌다"라고 상승세를 자랑했다.
또한 유태오는 "주관적으로 달라진 지점은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지난 20년 동안은 학교에서 배운 기술적 방식으로 모든 역할에 접근하였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인연'을 다룬 영화이기에 이 동양철학을 진심으로 공부하고 이해하면서부터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연기해야 할 캐릭터도 인연이고 관계라면, 이미 내가 살았던 영혼이라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고 믿음이 생겼다"라고 변화를 짚었다.
뿐만 아니라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한층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대사를 소화, 연기 포텐을 터뜨려 눈길을 끌었다. 이에 유태오는 "김규현 선생님이라고 코치님이 계신다. 제가 연기를 운동선수처럼 접근하고 있다. 메달 땄다고 연습 안 하는 게 아니 듯, 작품이 있든 없든 간에 매주 선생님을 만나서 같이 공부하고 있다. 외치면서 말하는 행위, 한국말 등을 연습한다. 그리고 제 위치에서 항상 생각해야 할 건 외국 관객, 한국 관객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관객에게만 맞추면 외국 관객이 우스꽝스럽게 볼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나 미국 스타일로 하면 우리나라에서 많은 연기 비평을 들을 수 있으니까. 각국의 감수성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세심한 노력을 전했다.
셀린 송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유태오는 "멋있는 감독님이다.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떠나서 사람으로서 주관이 뚜렷해서 편하고 좋았다. 가끔씩 다른 현장에선 스스로 원하는 걸 모르셔서 많이 시켜 건져내려 하는 듯한 느낌의 감독님들이 계신다. 그게 꼭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것도 필요할 때가 있고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셀린 송 감독님은 다 확신을 갖고 알고 하시니까 배우 입장에서 편했다"라고 역량을 높이 샀다.
더불어 유태오는 넷플릭스 미국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크루트' 시즌2에 합류, 노아 센티네오와 협업하는 소감도 밝혔다. 그는 "새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 촬영을 1년간 진행하고, 너무 힘들어서 쉬려고 했다. 그때 할리우드 파업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1년 반을 쉬게 되었다. 그러다 뭔가 작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와중에 '더 리크루트2' 오디션 제안이 들어온 거다. 노아 센티네오도 여러 출연 이유 중 하나였다. 노아 센티네오 팔로워 수가 1,500만 명이 넘는다(웃음). 그 옆에 붙어 있으면 저한테도 그 빛이 넘어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오디션 때부터 저와 노아 센티네오와 케미가 좋다고 하여 성사가 된 거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