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6750원→8만3100원…'주가 재평가' 메리츠금융, 비결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3.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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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융주 디스카운트, 해결책은④은행주보다 비싼 메리츠금융, 적극적 주주환원

편집자주 금융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주식이다. 은행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자본시장에서 금융지주는 대접을 못 받았다. 이자장사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로는 배당 확대의 한계가 뚜렷하다. 새 회계제도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보험권에선 배당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금융을 공공재로 보는 당국의 이중적 시선도 문제다. 디스카운트된 금융주 해결책을 찾아봤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


메리츠금융지주 (79,100원 ▲400 +0.51%)가 금융주 디스카운트(저평가)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차별화한 사업구조와 주주환원 정책 덕분이다. IB(투자은행)와 자산운용 중심의 사업구조로 실적이 매년 꾸준한 성장세다. 배당성향 50%와 자사주 100% 소각 등 주주환원도 눈길을 끈다. 정부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기조에 맞춰 추가적인 주주환원 가능성이 거론되며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메리츠금융지주는 8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61% 상승했고 자회사 편입과 주주환원 강화를 발표한 2022년 11월21일을 기준 보면 상승률은 210.65%다. 1년여 동안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시가총액은 16조9000억원으로 최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하나인 하나금융지주(16조5470억원)를 제쳤다. 우리금융지주(11조2040억원)에는 한참 앞섰고 KB금융(25조6230억원)과 신한지주(22조3310억원)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삼성생명(19조3800억원)과도 차이가 크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메리츠금융의 탄탄한 실적과 주주친화 정책이 주목을 받으며 기업가치도 재평가 받는 것으로 본다. 메리츠금융은 은행 계열사는 없지만 화재, 증권, 캐피탈, 대체투자운용 등에서 고르게 실적을 내며 매년 꾸준한 성장세다. 이자 장사, 수수료 장사보다는 자체적인 딜(거래) 발굴과 적극적인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낸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일반적인 국내 증권사들과는 다른 사업구조로 주목 받는다. 국내 증권사 수익의 상당수는 브로커리지(주식 매매 수수료)에서 나오는데 메리츠증권의 브로커리지 비중은 5%대 이하다. 대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나 메자닌(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 트레이딩(자산운용)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으면 증시 호황과 침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진다. 2022년 역대급 증시 침체에 대부분 증권사 실적이 반토막 난 것과는 달리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실적이 성장하며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충당금 반영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33% 감소한 8813억원을 기록했지만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이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메리츠증권 사옥메리츠증권 사옥
주주환원 정책도 눈길을 끈다. 메리츠금융은 정부가 주주환원을 강조하기 이전부터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2022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33억원을 기록한 메리츠금융은 약속대로 그 절반인 1조833억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6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배당은 4483억원을 지급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입한 5602억원의 자사주는 전량 소각했다.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도 나온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실적발표회에서 "PER(주가순자산비율)이 10배 이하일 때는 자사주 매입이 현금배당보다 유리하다"며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기 때문에 주식의 저평가가 깊게 지속될 경우 (주주환원율) 50%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이상의 자사주 매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소 PER 10배까지는 현금배당보다 자사주가 유리한 점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주주환원(연결 순이익의 50%)의 절반 이상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PER 10배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11만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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