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수아 디자인기자
1년 전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디스플레이 굴기' 계획을 공개했다. 수익성이 낮은 LCD 위주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첨단 기술이 적용된 프리미엄 OLED 패널에 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OLED 패널 출하량 증가와 폴더블(접히는)·LPTO(저온 다결정산화물) 등 하이엔드 제품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은 OLED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양의 보조금을 쏟아부어 규모를 키우다 보니 외형적인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함정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는 중국 업체의 OLED 패널 생산능력을 전세계의 43%로 추산했는데, 대부분이 중저가 패널이다. 실제 고객사의 점유율은 여전히 낮다. 국내 양대 기업의 OLED 패널 점유율은 50%를 웃돌지만, 중국 3대 업체를 모두 합쳐도 여기에 못 미친다.
BOE 본사. / 사진 = 바이두
특히 중국 업체들의 최대 시장인 자국에서 OLED 제품의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이 뼈아프다. 중국전자영상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OLED TV 보급률은 전체 TV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량도 감소세다. 화징공업연구소는 지난해 1월~8월 중국의 OLED 패널 수출량을 1억 6157만개로 추산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다. OLED 패널을 만들어도 사 줄 곳이 없다는 의미다.
OLED와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지목되는 마이크로 LED 분야도 녹록지 않다. BOE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마이크로 LED 생산라인을 짓고 있으며, 첸셴 옵토일렉트로닉스도 5500억원을 투입해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거나, 대형 계약을 체결한 곳은 없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의 마이크로 LED 투자는 당장의 수요 대응이라기보다는 미래 준비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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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의 성공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애플이 중국 OLED 제조사로부터 패널 200만장을 구매하려다 품질 문제로 취소했다는 소식은 중국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생산 능력은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율은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친다"라며 "디스플레이 자립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