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작', 조정석-신세경의 마지막 대국에 선보일 필살기는?

머니투데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2.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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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실현하며 해피엔딩 맞을까

사진=tvN사진=tvN


어르신들의 취미로만 여겨지다가도 가끔씩 그 깊이의 세계를 동경하고 흠모하게 될 때가 있다. 가끔씩 안방극장에 등장하면서 그 세계에 마음을 더욱 열게 된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일인데, 주인공들이 인내하며 몇수 앞을 내다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대단하다 하며 경탄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바둑이다.



이제 단 2회만을 남겨놓은 조정석, 신세경의 tvN 토일드라마 ‘세작:매혹된 자들’(극본 김선덕, 연출 조남국)도 바둑으로 마음이 통한 두 남녀의 복수극이어서 바둑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두 주인공은 바둑으로 신분을 초월한 진정한 친구라는 의미의 망형지우(忘形之友)가 됐지만, 각각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서로의 복심은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서로를 연모하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두 사람은 각자가 정한 복수의 칼끝을 숨긴 채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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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수 싸움에 능해진 두 사람은 휘몰아치는 사건들 속에서도 놀라운 전략과 전술로 위기를 헤쳐나간다. 아무리 내공이 깊다 한들 뜻밖의 변수들을 맞닥뜨리기 마련인데 매번 위기를 피해가니 드라마는 드라마다. 특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내기 바둑꾼이었다가 임금의 바둑 친구를 소임으로 하는 기대령이 된 강희수(신세경)의 활약은 더 그렇다. 그런데 알고 보면 선왕의 유교를 거스르고 용상에 오른 이인(조정석)은 몽우의 수도 다 읽어가며 자신의 수를 펼치고 있었으니 더더욱 대단하다. 워낙에 특출난 주인공들이 바둑을 통해 배운 싸움의 기술로 더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드라마팬들이 너도 나도 바둑에 심취해 볼 만하다는 마음이 드는데, ‘세작:매혹된 자들’은 순식간에 바둑 이야기를 줄여간다. 바둑은 주인공이 마주 앉아 바둑돌을 놓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매개였고,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마중물이었을 뿐, ‘세작:매혹된 자들’이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바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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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드라마는 애초에 간첩 혹은 첩자를 의미하는 세작을 이야기 중심에 세워두고 있었다. 이인이 조정 신료들로부터 청의 세작으로 의심받았던 것부터 몽우가 기대령이 되어 역모를 모의한 사람들을 위해 세작의 역할을 하는 것 등 드라마는 줄곧 세작의 존재를 알려왔다. 또 세작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존재라고 팬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 좌지우지될 만큼 치명적인 존재로 강조됐다. 최근에는 청에 끌려가 죽은 줄만 알았던 몽우의 친부인 강항순(손현주)이 청에서 세작으로 숨어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상궁 역의 박예영, 분영 역의 김보윤 등도 세작으로 활약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사건의 키를 쥐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작의 이야기가 거듭 펼치는 데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로맨스에만 집중한다는 게 ‘세작:매혹된 자들’의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연기 잘 하는 조정석과 신세경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갈구하는 멜로연기를 펼치니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애정이 깊어지고 마음이 아플수록 더욱 흔들리는 눈빛에 시청자들도 마음이 요동을 치게 된다. 영부사 박종환(이규회) 등과 설전을 펼칠 때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이인인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담대한 강몽우인데, 유독 두 사람 사이에서는 서로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것 같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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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인과 강몽우의 로맨스로 한동안 시청자들을 미혹하던 ‘세작:매혹된 자들’이 완결을 앞두고 몰아치듯 얽히고설킨 세작의 이야기를 풀었다. 역모를 위한 세작 역할을 하기 위해 기대령이 됐던 몽우도 이제야 미혹에서 깨어나 이인의 진심을 보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돌아돌아 와서야 드라마 제목이 왜 지금과 같은지 일깨워주는 형국이다. 제작진은 아마도 마지막 수를 염두에 두고 지금껏 차근차근 바둑돌을 내려놓던 중이었나보다. 제작진의 전략에 무릎을 탁 치며 즐거워할 수 있다면 인내심이 강한 시청자들이다.

그래도 남은 2회에는 복잡한 수 싸움보다는 통쾌한 권선징악과 인과응보가 팬들을 환호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청에서 세작으로 있던 강항순이 돌아와 이인에게 힘을 실어주며 외척 세력을 몰아내고. 이인과 강몽우가 해피엔딩을 맞이하리라 기대하게 된다. 진짜 바둑이라면 지금껏 내려둔 바둑돌을 복기하며 아쉬움을 곱씹을지 모르지만, ‘세작:매혹된 자들’은 배우들의 열연만으로도 좋은 경기를 봤다고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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