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비율, 일본·미국 10%인데 한국은 39%…"전문의 수 늘려야"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구단비 기자 2024.02.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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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대형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그래픽=윤선정'빅5' 대형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그래픽=윤선정


전공의 집단사직이 9일째 이어지면서 '빅5' 대형병원을 위주로 의료공백이 심화했다. 전문가들은 전공의 부재가 병원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어쩔 수 없지만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전문의 중심의 대형병원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대형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평균 39%다. 전체 의사 7042명 대비 전공의가 2745명이다.



병원별로 국립대인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46.2%로 가장 높다. 이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40.2%), 삼성서울병원(38.0%), 서울아산병원(34.5%), 서울성모병원(33.8%) 순이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들 빅5 병원이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배경이다. 병원들은 예정된 수술을 50%가량 줄이고 암환자의 항암치료를 미루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 전문의 등 의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전공의가 없다고 병원 시스템이 운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이 유독 전공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라고 하는 소위 빅5 병원이 전공의가 빠져나갔다고 해서 의료가 붕괴된다는 것이 분명 정상은 아니다"며 "일본 도쿄의대 부속병원은 전체 의사 1774명 중 전공의가 201명으로 10.2%이며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레지던트 비율이 10.9%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참에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중을 줄이고 전문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9일째 이어진 2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 뉴스1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9일째 이어진 2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 뉴스1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만났을 때부터 전공의 위주 병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수련의로 지탱하는 한국의료는 이전부터 위태로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대형병원은 저임금 전공의를 착취하는 구조로 학생 신분인 전공의에게 교육보다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교육받은 전공의는 대형병원 전문의로 취업이 안 되니 개원하게 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와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머니투데이에 이번 기회에 대형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응급·중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주 1회만 당직을 서도록 환자당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의 전문의 수를 늘려야 한다"며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전담 전문의를 1.5배로 늘리고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경과·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교수를 병원당 20명씩 늘리는 데 연봉 3억원을 기준으로 7500억원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주 80시간이 넘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최대 60시간으로 단축하고, 필수 진료과 전공의 급여를 30% 인상하며 정부가 추가 급여를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전공의 급여로 대략 2000억원을 지원하면 전공의 급여를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우봉식 원장은 정부가 전공의 교육을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해야 전공의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전공의 수련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체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보고서 기준 미국은 메디케어로 의사 직접수련비용에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쓰고 간접수련비용으로 연 97억달러(약 12조9500억원)을 투입한다. 의료서비스가 국영화된 영국은 1인당 전공의 수련비용으로 4만108파운드(약 7000만원)을 국가가 부담한다. 독일과 일본, 캐나다 등도 의사 수련비용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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