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접은 애플, AI 개발은 어디까지?"…세부정보 요구한 주주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2.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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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주요 주주들로부터 인공지능(AI) 기술 사용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10여년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했던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구글·삼성 등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AI 사업에 대한 공시 압박까지 받아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이 주요 주주들로부터 인공지능(AI) 기술 사용에 대한 운영 지침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로이터=뉴스1애플이 주요 주주들로부터 인공지능(AI) 기술 사용에 대한 운영 지침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로이터=뉴스1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리걸&제네럴인베스트먼트(LGIM)는 28일 진행되는 애플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관련 정보를 보고하라는 주주 제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애플의 8대 주주, LGIM은 10대 주주다.



앞서 미국 노동조합 총연맹(AFL-CIO)은 AI가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노동자를 대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애플에 AI 사용에 대한 보고를 제출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AI 기술 사용과 관련해 애플이 채택한 윤리 지침을 공개하라는 취지다.

미 노동조합 총연맹의 주주제안을 지지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애플 이사회는 AI 운영 방침과 관련 제품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LGIM 측은 "애플이 AI 관련 리스크 관리 방식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 담당자들을 만나 관련 주제로 논의까지 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애플 투자자들에게 AI 결의안 지지를 권고했다. ISS는 "애플의 기존 가이드 라인은 주주 제안서에서 제기한 AI 사용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현재 애플 주주들은 AI 활용에 따른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애플은 10년간 추진해 온 전기차 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2022년 10월 23일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포뮬러 원 아메리카 그랑프리 서킷에서 레이스 우승자에게 체크무늬 깃발을 흔들고 있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로이터=뉴스1 애플은 10년간 추진해 온 전기차 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2022년 10월 23일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포뮬러 원 아메리카 그랑프리 서킷에서 레이스 우승자에게 체크무늬 깃발을 흔들고 있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로이터=뉴스1
애플은 "AI 관련 정보가 일반적인 사업 운영에 포함된다"는 이유를 들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결의안 거부를 촉구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주주제안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데다 AI 관련 정보를 공개하면 시장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SEC의 견해는 달랐다. SEC는 "AI 관련 애플 주주들의 제안 내용은 일반적인 사업 범위 안에 있지 않는 만큼 정보 공개를 거절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노동조합 총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애플 입장에선 이번 주총에서 AI 관련 운영 정보를 공개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월가에선 글로벌 정보통신(IT) 업계 독보적인 1위인 애플이 생성형 AI 개발에선 구글·삼성·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에 크게 뒤처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 세계가 AI 열풍에 들썩이고 있는데 애플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관련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는 해석이다. 10년간 추진했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고 해당 인력의 상당수를 생성형 AI 부서로 보내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도 AI 부문 부진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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