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서울 내 130개 단지 '리모델링' 선택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2.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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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부족 소규모 단지 리모델링 말고는 답 없어…"안전성 검토 기준 등 규제 합리화해야"

개포우성9단지(현 개포더샵트리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건축개요/그래픽=최헌정개포우성9단지(현 개포더샵트리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건축개요/그래픽=최헌정


서울시 내 정비사업장 중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 단지가 130여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 증가와 사업성 문제 등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공동주택단지는 130여곳에 달한다.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 계획'에서는 서울시 내 전체 공동주택 단지 4217개 중 3087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진행해야 한다는 수요예측 결과도 나온 상태다.



리모델링 사업은 중층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는 최근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거쳐 328가구의 새 아파트로 재단장했다. 강동구 둔촌현대1차와 용산구 이촌현대, 송파구 송파성지 등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용적률이 높거나 사업이 까다로운 아파트단지는 리모델링 추진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동작구 우성 2·3단지, 극동아파트와 서초구 잠원 강변현대, 강남구 삼성 서광 등도 조합설립 인가를 마치고, 최근 시공사 선정 과정과 안전진단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현행 용적률 300%에 달하는 강동구 성내동 삼성아파트(1220세대)와 성동구 행당 한진타운아파트(2123세대) 등 1000세대 이상 단지들은 전체 세대수의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어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동의율(66.7%) 달성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주거환경·안전성 개선…리모델링 협의회 "안전 검토 기준 합리화 필요"
강남구 소재 개포더샵트리에는 리모델링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해당 단지는 1991년 준공된 232가구 개포 우성 9차 단지를 2021년 12월 리모델링한 곳이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다. 기존 개포 우성 9단지의 용적률은 249.33%였다. 주변 개포 우성 3차(용적률 179%)와 경남아파트(174%) 에 비해 높았던 탓에 재건축 사업성이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층은 필로티를 적용하고 지상 2층부터 16층까지 세대를 증축했다. 가구당 실사용 면적은 74∼78㎡에서 121∼130㎡로 늘어났다. 주차 공간은 가구당 0.52대에서 1.31대로 늘어났다. 당시 1층 세대를 필로티로 하고 최상층 1개 층을 추가하는 수평증축 리모델링 방식을 적용받았다. 다만 현재는 국토부가 필로티 1개 층 증축도 3개 층 수직증축으로 간주, 동일한 안전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한 구축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높일 뿐 아니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에서 지하주차장 공사는 땅속에 기둥과 흙막이벽을 먼저 만들어 기초를 지지시키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거꾸로 시공(역타공법)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이 방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축에 적용하는 시공 공법보다 훨씬 안전한 방식이란 평가받는다.


관련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류지택 서울시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 부회장은 "기존 용적률 250%, 소규모 단지들은 리모델링 말고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며 "재건축과 함께 정비사업의 한 축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리모델링 시 필로티 수직증축 등의 안전성 검토 기준 완화 등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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