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日 여심 사로잡은 ‘韓에서 온 그대’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2.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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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협, 배용준 뒤를 이을 MZ세대 한류 왕자로 등극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잘 잤어요?” “어젯밤엔 추웠죠?” 다정한 안부 인사로 잠을 깨우고, “아침밥은 먹었어요? 전 지금 만드는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요리에 한창인 제 모습을 전송하는 남자. 그는 얼마 뒤, 완성된 음식 사진을 보내 침샘을 자극하고 “당신도 함께 먹어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또 식사 제안과 함께 “밥이 좋아요, 면이 좋아요?” “카레는 좋아해요?”라고 묻다가 상대가 방심한 틈에 “그럼 저는 좋아해요?”라고 묻기도 한다. 살갑고 따뜻하게 일상을 챙겨주고, 제 마음을 적극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한국 유학생 윤태오에게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윤태오(채종협)는 지난달 일본 민영방송 TBS를 통해 첫 방송된 화요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 속 등장인물이다. ‘아이 러브 유’는 일련의 사고로 타인의 속내가 목소리처럼 제 귀에만 들리는 능력을 갖게 된 후 사랑을 포기해야 했던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가 다른 언어(한국어)로 생각하는 유학생을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모토미야 유리는 초콜릿 가게 사장으로 사람의 눈을 보면 그의 속내가 귀에 들려와 타인과 대면하는 걸 불편해한다. 그런 그의 취미는 배달로 맛있는 음식 즐기기. 한국 음식에 빠져있던 어느 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윤태오와 우연히 마주치고, 한국어로 들리는 윤태오의 속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낀다. 유학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윤태오는 넘어지는 유리를 잡아주려다 유리의 신비한 눈을 가까이서 마주하고, 왠지 모를 끌림을 느낀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윤태오가 유리의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하면서 급속도로 변화를 맞이한다. 사무실에 나타난 윤태오에 유리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여전히 직진하는 윤태오와 그런 윤태오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유리가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 드라마에는 일본 여성 시청자들이 꿈꾸는 ‘연애 판타지’가 가득 담겨있다. 벚꽃비 대신 비눗방울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영화처럼 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하지만 누구의 기억에도 또렷하게 남아있진 않은 첫 만남을 시작으로,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상냥하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남자(윤태오는 유리와 대면하기 전부터 유리를 위해 한식 맛집을 소개하고 맛있는 메뉴를 추천하는 메모를 남기곤 했다), 첫 대면에 갑자기 넘어지는 여자와 그런 그를 안전하게 안아주는 남자, 넘어진 여자를 가까이서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남자, 폭우 탓에 망쳐버린 여자의 한 끼를 미안해하며 직접 만든 음식을 급히 배달해 주는 남자, 또 자신이 만든 음식이 무해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눈앞에서 시식까지 해 보이는 남자(멍뭉미 가득한 얼굴로 무해하게 웃어야 한다), 함께 밥을 먹을 땐 먹는 모습을 보며 “먹는 것조차 귀엽다”고 감탄해 주는 남자, 이를 비롯해 “귀여워” “오늘도 예쁘네” “만나서 기뻐요”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못 보는 동안 더 예뻐진 거예요? ”떨어져 있는 동안 당신이 더 보고 싶었어요“ ”잘 자, 내 꿈 꿔“ 등등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남자. 이는 마치 한국 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이런 다정한 행동을, 이런 달콤한 말들을 매 순간 들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사실 2년째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대뜸 이름을 부른다거나(일본에선 보통 성을 부른다), 인턴 생활을 시작한 회사에서 타 직원들 앞에서 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윤태오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드라마적 허용이라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중 윤태오가 사랑스러운 건,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제가 사랑하는 상대가 마음 쓰일 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한다는 것. 또 처음부터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보고, 꼬임 없이 있는 그대로 직진 또 직진한다는 점이다. 때론 한국인이라는 점을 어필하며 회식 자리에선 동료들에게 ‘술상무’라는 단어를 알려주고, 유리에겐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넌지시 어필하고, 꽃다발을 건넬 땐 “오다 주웠다”며 한국적인 표현으로 재미를 더하고, 유리와 약속을 할 땐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을 찍고, 사인까지 하는 한국식 표현으로 관심을 끄는 것까지, 똑똑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이미 로맨스 드라마가 식상해진 시청자에겐 항마력이 다분히 필요한 드라마, 하지만 2000년대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이들에겐 귀엽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적어도 일본에선 윤태오가 마치 ‘한국에서 온 그대’가 됐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다만, 모든 한국 남자가 윤태오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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