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또 안 와?" 유럽 의회에서 쫓겨난 아마존 로비스트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2.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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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창고 노동자 근로조건 관련 청문회 불참 파장…
"조사는 못하고 로비만 받으라고?" 노동단체들 환영

아마존 기업 로고를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아마존 기업 로고를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아마존이 자사 창고 직원들의 근로 조건에 대한 조사에 불성실했다는 이유로 유럽 의회 출입이 금지됐다. 유럽 의회가 로비스트의 출입을 제한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유럽 의회는 27일(현지시간) 아마존이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 조건에 대한 유럽 의회에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아마존 로비스트의 출입증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로비스트가 유럽 의회에서 출입이 금지된 것은 2017년 농화학 기업 몬산토 이후 처음이다.



앞서 유럽 의회의 고용 및 사회문제 위원회 의원들은 로베르타 메솔라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아마존이 창고 내 근로 조건에 대한 지난 1월 청문회 참석을 거부했다며 아마존의 로비스트의 출입 제지를 요청했다. 아마존이 유럽 의회의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2021년 이후 세 번째다.

FT가 본 서한에 따르면 아마존은 "짧은 통지를 핑계로 유럽 의회 참석을 거부"했고 유럽 의회는 "위원들이 유럽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EU 조약과 노동법에 명시된 기본권 침해에 대해 조사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아마존의 로비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이번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 아마존은 25년 이상 유럽연합(EU)에서 활동해왔고 현재 15만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서, 유럽 전역의 정책 입안자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의회는 빅테크와 생성형 인공지능(AI)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규제하는 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종종 의회 로비스트를 규제를 형성하기 위한 중심 채널로 활용한다.

아마존은 최근 수년 동안 창고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 또 노조 조직에 대한 접근 방식 등을 둘러싸고 노동단체의 반발을 사왔다. 비단 EU뿐 아니라 영국, 미국에서도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 운영과 판매자 처우가 반독점 규제에 위배되는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의회의 투명성 등록부에 따르면 아마존은 14명의 접근권을 인증받았으나, 이를 반납하게 됐다. 아마존은 플레시먼힐러드와 FTI를 비롯한 수많은 중개업체를 통해 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있다. 등록부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2년 로비에만 약 300만 유로를 썼다. 비영리 연구 및 캠페인 단체인 기업 유럽 관측소(Corporate Europe Observatory)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3년 이후 유럽 기관을 대상으로 한 로비에 약 1880만 유로를 지출했다.

아마존 로비스트의 유럽 의회 출입 금지에 30개 이상의 시민단체들이 지지 서한을 보냈다. 유럽 노동조합 단체인 UNI 유로파의 지역 사무국장 올리버 로에히그는 "이번 금지 조치는 아마존의 반민주적 행동이 용납되지 않을 것이란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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