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하지만 애절하지 않은 송중기의 러브스토리, '로기완'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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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해체해 멜로물로 만든 각색에 대한 호불호 나뉠듯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극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극영화는 최민식이 탈북민 천재 수학자를 연기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가 대표적인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 ‘리멤버 미’(2022)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다룬 내용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 공론화했다. 최근에는 탈북민의 남한 정착기를 그린 극영화 ‘파이터’(2023)와 ‘믿을 수 있는 사람’(2023), 탈북민 가족의 탈출기를 담은 실화 다큐멘터리 ‘유토피아를 넘어서’(2024)가 개봉해 관심을 모았다.



오는 3월 1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기완’은 벨기에로 망명한 탈북 청년 로기완의 이야기를 그린 극영화다. 송중기가 주인공인 탈북자 기완 역으로 출연해 제작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일었다. 원작은 조해진 작가가 2011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로 13년 만에 영화화 소식을 전하며 독자들의 관심까지 끌어당긴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기완’은 원작과 조금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주인공 로기완을 제외하고 원작의 인물 구성을 새롭게 바꿔 로기완의 사랑 이야기에 가깝게 그려졌다.

함경북도 출신 로기완(송중기)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 영애(김성령)가 중국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유럽 국가에서 난민 지위를 얻고 새 삶을 시작하려 했던 것. 하지만 난민 인정 심사 과정에서 북한에서 왔음을 입증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외롭고 혹독한 이방인 생활을 전전하던 기완 앞에 전직 사격선수 출신인 벨기에 국적의 한국인 마리(최성은)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원작 ‘로기완을 만났다’는 방송작가였던 주인공 ‘나’가 잡지에서 탈북민 로기완의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 뒤 그를 만나기 위해 브뤼셀로 향하는 내용이다. 브뤼셀에 도착한 주인공이 로기완 행적을 따라가는 이야기와 주인공의 사연, 로기완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소설은 로기완의 인생을 곧바로 서술하는 대신에 ‘나’라는 화자를 등장시켜 타인을 삶을 이해하는 여정에 동참하게 만든다. 연민이라는 감정에 대한 고찰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자기 성찰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글’처럼 쓰여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소설이다.

영화 ‘로기완’에선 온전히 로기완이 주인공이다. 원작의 ’나’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가 원작 제목 ‘로기완을 만났다’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로기완’으로 바꾼 이유일 것이다. 영화는 탈북민 로기완이 중국에서 불법체류 생활을 거쳐 낯선 땅 브뤼셀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또 다른 주인공 마리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로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는 나날을 보내다가 로기완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차츰 변모한다. 서로를 구원하는 로기완과 마리의 사랑이 중심이어서 영화에선 위험에 빠진 마리의 사연을 부각해 보여준다.


영화는 각색을 거치면서 로기완의 이야기에서 로맨스를 강조했다. 원작에서 로기완은 필리핀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연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로기완의 연인이 마리로 바뀐 영화에서도 이들의 사랑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등장한다. 마리의 아버지 윤성(조현철)은 원작에서 로기완을 돕는 퇴직 의사 ‘박’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로 영화에선 로기완과 마리의 사랑을 반대한다. 방황하는 마리를 이용하는 벨기에인 씨릴도 방해꾼에 악역이다. 이처럼 영화만의 새로운 인물들이 가세했음에도 이들이 전형적인 역할로 기능하다 보니 러브스토리가 식상하다. 로기완과 마리의 상황은 절박하나 애절하고 애틋한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송중기는 영화 ‘화란’(2023)의 거친 조직폭력배에 이어 탈북민이라는 도전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원작에서 ‘스무 살, 159cm 단신, 47킬로그램의 마른 몸’으로 표현된 로기완에 가깝게 앳된 외모에 수척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극 중 나이는 원작보다 높아진 설정이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생활을 하다가 마리를 만나면서 결연해지는 로기완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탈북민과 로맨스를 이질감 없이 연결 지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송중기 덕분이다.

‘로기완’은 모처럼 대중 영화로 만나는 탈북민 소재 이야기여서 뜻깊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만큼 전 세계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무겁고 어둡게만 그려질 수 있는 소재에 로맨스, 약간의 액션과 스릴을 더해 대중성을 확보한 시도가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고통과 고독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는 사랑 이야기 ‘로기완’이 누군가에겐 희망의 이름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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