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꺼내든 윤 대통령…의사 파업에 '타협 거부'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4.02.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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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2.27. chocrystal@newsis.com /사진=[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2.27. [email protected] /사진=


'헌법이냐, 의사의 이익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 관철의 근거를 헌법에서 찾았다. 국민 보건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무를 규정한 헌법 조항이다. 헌법 수호는 대통령의 첫번째 책무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으로 본격화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 여부를 놓고 고비를 맞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27일 전국의 시도지사 등과 함께 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의 당위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



"2000명 증원, 헌법 이행 위한 최소한 조치"
당초 정부는 의사 파업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양새는 가급적 피해왔다. 국가적 과제를 추진하는데 대통령이 특정 직업군과 마치 대결을 벌이는 듯한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명'이란 의대 증원 숫자도 대통령의 입으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자 대통령이 나섰다. 앞서 국무회의 등을 통해 의료개혁의 필수성을 거론한 것보다 한층 발언 수위를 높였다. 향후 일주일 이내에 의사 집단행동의 향방이 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업무복귀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사법처리를 예고했다. 의사협회 등은 휴일인 3월3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는 3월4일에는 많은 의사들이 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국 의대의 증원 신청서도 3월4일까지 제출받기로 해 다음 주초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 개혁 관철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논리는 확고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보건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3항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국가가 모든 국민이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역 어디에서나 공정한 의료서비스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했다.

의대 증원 문제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헌법 이행, 즉 국가의 근간에 관한 문제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이유와 관련해 "직역의 이해관계"라고 표현했다. 헌법의 책무와 의사들의 이익(혹은 권리)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보는 셈이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8일째 이어진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바라보고 있다. 2024.2.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8일째 이어진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바라보고 있다. 2024.2.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尹 "변호사 늘릴 때도 많다고 해…늘어나니 발전 급속도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제시한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은 최소한의 숫자일 뿐이며 그만큼 증원이 시급하다고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기준으로도 취약지역 등을 고려할 때 약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 2035년까지는 고령화 대응을 위해서 1만여명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 등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과 비교, 의사의 근로시간 감소세와 의사 고령화 등에서는 일일이 숫자도 제시했다.

'의사 숫자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우려에도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증원은 의료 개혁의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이라는 것은 아니다"며 "필수조건인 증원부터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도 일부 영역에만 몰려 전체 의사 숫자가 부족한데 양성되는 의사 숫자 자체를 늘리지 않으면 지역과 필수 의료를 확충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예도 들었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때 사법시험 합격자를 두 배 늘렸는데 그때도 많다고 했다"며 "그런데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니 사회 모든 분야에 법 배운 사람이 다 자리 잡아 우리나라 법치주의 발전이 엄청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했다.

이처럼 의사가 대폭 늘어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의사가 부족했던 기초의학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고 특히 바이오·헬스 등과 같은 미래 첨단산업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의사가 더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경쟁이 확대되면 그 속에서 고소득과 사회적 지위 또한 유지되는 것이지 의대 정원 확대가 모든 의사를 열악한 상황으로 내모는 게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날 대통령이 직접 나서 헌법을 근거로 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어떻게 미루라는 것이냐"라고 일갈한 만큼 정부가 방침을 후퇴할 가능성은 없다. 최후통첩 시한인 이달 29일이 지나면 정부의 행정적 사법적 대응이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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