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사진= 박미주 기자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46·사진)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밝힌 제언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받은 그는 의사 시절 목도한 건강 불평등이 사회·경제적 문제임을 깨닫고 경제학자가 됐다. 보건·교육·노동·돌봄·복지 정책을 연구하며 지난해 9월 저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을 통해 한국의 정책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의대 증원이 결실을 거두려면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필요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라면서도 "노인 의료비가 많은 건 사실이고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라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보고서로 제시한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 연구도 타당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이는 것에는 동의했다. 김 교수는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지방에서 살 확률이 더 크다"며 "지방의료를 위해서는 지방 출신을 뽑는 게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성적 상위 0.1%에 들어야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데 상위 5% 정도면 충분히 소임을 다할 수 있다"며 "의사 동기들에 물어 이들이 대답한 컨센서스가 5%였다. 병원산업이 낙수효과가 낮아 상위 0.1% 인재가 가는 건 국가의 손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권 등이 추진하는 공공의대 등은 강제성이 있을 경우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다른 도시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필수의료 종사자에는 금전적·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이 너무 고생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훈장을 주고 보상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 "성형처럼 국민 건강에 대단한 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노동강도가 세지 않지만 필수의료에 비해 많은 소득을 누리는 분들은 합법적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규제로 이들 소득을 줄이는 다각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혼합진료 금지, 비급여 가이드라인이 그런 맥락 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 성형시장 개방의 방향성은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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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재 '의대 광풍'의 원인은 의사와 타 직역 간 임금 격차로 이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가 승자독식 구조하에 의대에 미쳐있다. 미국에선 의사가 많이 벌지만 의대 광풍은 미약하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독식 구조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똑똑하면서 규칙을 깨는 아이들을 길러야 하고 △과학 기술인의 보상을 늘리며 △프랑스처럼 창업 실패자에 실업급여를 주고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 기반으로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